현대중공업 27~30일 매일 교섭, 양측 주장 평행선 달려
1972년 창사 이래 최악실적 불구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
철강업계 파장 적잖아, 울산 지역 민심도 최악
최근 조선 산업의 불황 여파 속에 철강업체들도 적잖이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후판 제조업체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액은 295억6,000만달러지만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해 3분기까지 수주액은 163억5,000만달러로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역시 사상 초유의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3분기에도 1,000~7,000억 수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은 파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27일부터 30일까지 노사 측이 매일 교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 결정을 한 만큼 교섭이 결렬되면 최악의 경우 파업이 강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사 측 주장 평행선 달려
노사 측의 주장 대립은 평행선 마냥 팽팽하다. 사측은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노조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매일 약 1,030억원의 매출 손실과 1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지난달 부임한 권오갑 사장은 주말을 반납한 채 매일 울산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임원 31% 감원, 사업 부문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이는 한편 공장 구내식당에서 일반 직원들과 아침·점심 식사를 하며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 역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년 간 임금인상이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크다는 것. 무리한 요구가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지만 임금 협상에서 압박할 수단으로 생각하는 노조원들이 더 많다.
노사 측은 27일 오전 울산 본사에서 양측 교섭대표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2차 교섭에 들어갔다. 노사는 이날부터 30일까지 매일 교섭을 하기로 했다.
한 달여 만에 재개한 지난 24일 교섭에서 조합활동, 휴식시간 등 일부 안건에 관해서 노사가 일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주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 오는 31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파업 돌입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22일 전체 조합원 1만7906명을 대상으로 벌인 파업 찬반투표에서 재적대비 55.9%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지역 경제는 물론 철강업계에도 치명타
현대중공업의 파업은 울산 지역 경제는 물론 철강업계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민심은 싸늘한 편이다. 현대중공업에 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미 조선 산업의 불황으로 과거 대비 감소한 매출는 물론 적자까지 보고 있는 곳이 많은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이은 귀족 노조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하다.
철강업계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과거보다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후판 공급가격 하락 등으로 이윤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물론 내수에서도 일부 고급강 시장을 제외하면 최후의 보루인 조선사들이 무너지면 후판 제조업체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이미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에 올해 초부터 지속적인 가격인하 요구를 해오고 있다. 올 초 가격인하가 됐지만 하반기에도 추가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
현대중공업의 경우 불황에 따른 가격인하 요구에 신임 사장이 오면서 추가 인하 요구, 파업이 되면 이에 따른 손실 때문에 또 추가 인하 얘기가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파업이 되면 자동차 파업에서 보듯이 철강업체들도 납품이 중단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피해가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다.
결국 30일까지의 교섭 결과에 따라 지역 민심과 철강업계의 미치는 영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