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가공유 호기 반면 강관업체 글쎄
유가의 바로미터인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17일 현재 배럴당 55.93달러를 보이고 있다. 8월 중순 80달러까지 갔던 국제유가가 불과 4개월 만에 40% 이상 떨어졌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겼던 60달러 선까지 무너지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도 없는 문제다. 반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이 철강금속 및 수요 연관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분명 웃고 우는 업체가 있다. 웃음을 거두지 못하는 업체는 석유를 소재로 사용하는 연관업체일 것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은 금속가공유 업체이다. 압연유와 절삭유 등 금속가공유는 기유(Base Oil)가 85~90% 차지한다. 유가 하락으로 당연히 원가절감에 따른 안정적인 매출이 기대되기에 절호의 도약 기회를 맞이했다.
자동차 연계 물량이 많은 철강업체도 호기다. 주유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해외로 눈을 돌리면 단기적으로 미국의 국내 시장 소비심리를 높이는 효과로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 11월 판매가 130만2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것이 이것을 입증하고 있다. 판매 증가는 생산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철강재 수요도 따라서 증가할 것이다.
유가 하락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전기로 제강사는 원가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 정책이 단기적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최소 6개월 후를 예상해서 하는 전망이다. 아울러 호주 등 해외에서 석탄 및 철광석 등 원자재를 운송하는 운임비가 하락하기 때문에 포스코나 현대제철 또한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 작은 숨통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가 하락을 반기는 업체가 있지만 반대로 울상을 짓는 업체도 있다. 유정용 강관을 생산하는 업체는 당장 비상경영에 돌입해야 할 판이다. 석유 감산이 불가피해 강관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선, 기계, 건설도 마찬가지다. 원유를 생산하는 중동 지역 건설 발주와 원유 생산 관련 해양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 업체 타격은 곧 철강 수요 감소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국제유가는 경기변동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제유가 하락은 광의의 의미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가 하락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인생사 희노애락(喜努哀樂)처럼 경기도 마찬가지다. 나쁠 때가 있으면 좋을 때가 있고,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가 있는 만큼 사전 대비책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