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국제시장」과 우리 아버지!

<評>「국제시장」과 우리 아버지!

  • 철강
  • 승인 2015.01.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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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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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된 나와 노인이 되신 아버지와 생각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제 막 성인으로 접어든 나와 아들과도 세대의 벽이 있습니다. 내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버지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높은 세대의 벽은 때로는 불신이 되고 갈등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문화의 날에 모처럼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이제는 촌로가 되어버린 고향의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국제시장」이었습니다. 주인공인 덕수를 통해 그려지는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첫 장면부터 우리 세대가 겪지 않은 6·25 전쟁의 아픔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흥남부두에서 배에 오르며 막순이를 잃어버리고 절규하는 덕수의 울부짖음을 보며 당시 동병상련의 입장이었던 수많은 피난민의 아픔이 고스란히 투영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대신해 짊어진 가장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덕수를 보며 고향의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어려운 시절, 삶의 무거운 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웠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주인공 덕수는 곧 그 시대 모든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동생을 공부시키고 생활고 탈출을 위해 이역만리 멋 곳에 광부로 지원하고, 총탄이 쏟아지는 월남전에 목숨을 걸고 돈을 벌어야만 했던 그 기저에는 가족이 자리합니다.

“아바이가 없으면 덕수 니가 가장이지? 가장은 끝까지 가족을 챙기고, 보살펴야 해.” 흥남부두에서 아버지는 덕수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가장은 가족을 끝까지 챙기고 보살펴야 한다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덕수는 자신을 희생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았던 것입니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도 그랬습니다. 묵묵히 가족을 위해 힘들다 말 한마디 않으시고 무거운 삶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시며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냈습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는 덕수를 보며 그의 아내는 “당신 인생인데, 그 안에 왜 당신은 없느냐고요”라고 속상해합니다. 그러나 그는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에는 가난만큼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절실함이 담겨 있습니다. 나 하나 희생으로 자식들이 잘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하는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 한마디 못했던 덕수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이제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전장의 장수가 종전을 보고하듯이 아버지를 향해 마지막 보고를 합니다. 진짜 힘들었는데도 힘들다 말하지 못했던 세월 속에 이제는 절뚝거리는 걸음걸이가 훈장처럼 남아버린 뒤에 말입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고 평가합니다. 동의합니다. 웃고 울면서 보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촌로의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도 위대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느냐, 안 흘렸느냐를 따지기보다 힘겹게 살았던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정치적인 논리를 배제하고 아버지 이야기로만 평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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