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
철강, 석유화학, 기계, 음식료, 자동차·부품, 조선업종 너나 할 것 없이 엔저에 따른 일본 기업의 공세로 혀를 내두르는 등 엔저 현상으로 절반을 넘는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철강업종과 음식료 업종의 피해가 가장 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일본에 수출 중이거나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수출 기업 300여 개사를 대상으로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엔저로 수출에 피해를 보았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 절반 이상(55.7%)이 ‘수출에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이 중 21%는 큰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고, 34.7%는 ‘약간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했다. ‘거의 피해 없음’은 36.7%, ‘전혀 피해 없음’은 7.7%였다.
특히, ‘거래 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 환율’에 대해 응답 기업들의 평균은 ‘924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평균 원·엔환율 908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업종별로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가 지난달 평균치(908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정보통신·가전(870원), 섬유(850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경합 중인 일본 제품이 10% 가격을 낮춘다면 자사 해당 수출 물량은 몇 %나 줄어든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 ‘음식료’와 철강이 각각 18.7%와 15.1%로 가장 높았고, ‘조선·기자재’(13.3%), ‘자동차·부품’(12.4%), ‘유화’(10.6%), ‘기계’(9.2%), ‘정보통신·가전’(9.2%), ‘섬유’(9.1%), ‘반도체’(8.1%)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기업의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조동철 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도 “수출 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 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면서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책 모색을 주문했다.
그러나 실제 기업 대응은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 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기업 열 곳 중 일곱 곳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마련했다’는 12.0%, ‘계획 중이다’는 18.3%에 그쳤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는, ‘대외경제환경 불확실성’이 60.8%로 가장 높게 꼽혔으며, ‘일시적 현상이라 생각’(16.7%), ‘해외 시장 정보 부족’(15.3%), ‘전문인력 확보 어려움’(9.1%) 순으로 꼽았다(복수응답).
한편, 엔저 시대에 정부가 수출 기업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를 묻자 응답 기업의 절반(52.3%)은 ‘환 위험관리 지원’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수출 기업 금융 지원 강화’(44.0%), ‘R&D 투자 지원 확대’(33.0%), ‘비용절감 지원’(20.7%), ‘해외 전시회·마케팅 지원 강화’(18.0%), ‘법인실효세율 유지’(7.0%), ‘TPP 등 경제협력 추진’(5.0%) 등을 지적했다(복수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