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철이야기> 공중전화 박스의 변신

<생활 속 철이야기> 공중전화 박스의 변신

  • 철강
  • 승인 2016.10.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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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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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급 늘면서 설치 대수 급감
휴대폰ㆍ전기차 충전시설, 현금인출기 등으로 변신 시도 중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길게 늘어선 사람을 보는 것은 흔한 거리의 풍경이었다. 한 지역 혹은 국가의 공중전화 보급률이 전기통신기반구조의 발전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시절도 있었다.

  1990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1000명당 공중전화 보급률은 2.55개였는데 북미 지역은 6.44개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5.01개 수준이었다. 한국의 공중전화 설치대수는 1990년에 21만2천개에서 호출기, 시티폰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의 등장으로 1999년 56만4천개로 증가하였다. 통신서비스가 다양해지자 공중전화 박스도 외부와의 소음 단절을 위해 개폐식 문이 설치되고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서 무늬강판을 사용하였으며 박스 당 무게도 200~300kg가 넘는 철구조물로 제조되었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2000년대 들어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 설치 대수는 2007년 15만3천개로 1999년 대비 27% 수준으로 줄었으며 2014년 말에는 7만1천개로 다시 반토막이 났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2012년 기준 5,2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전체 인구 수를 훌쩍 넘기고 스마트폰 보급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공중전화는 어느새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한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공중전화 사업자 입장에서는 연간 유지비용이 매출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변화를 가져온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의 빨간 공중전화 박스는 이층버스, 블랙 캡 택시 등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명물로 사랑받았다. 건축가 길버트 스코트 경이 디자인한 빨간 공중전화 박스는 1924년 첫 선을 보였고, 1960년대에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수익성이 악화된 공중전화 박스를 BT(British Telecommunications)는 2008년부터 시민들의 요청으로 1파운드에 팔기 시작했는데 이미 2,500개 이상이 팔렸으며 해외에 장식용으로 2천~1만 파운드의 가격에 수출되기도 했다.

▲ 영국의 공중전화 박스는 무료 휴대폰 충전소인 솔라박스(Solar box)로 변신하고 있다.

  영국에선 공중전화 박스를 거리 도서관이나 스마트폰 충전시설 혹은 카페 등으로 개조하여 사용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하고 있다.

  2014년에는 런던대학 졸업생들이 기존의 빨간 공중전화 박스를 녹색으로 도색하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서 솔라박스(Solar box)라는 이름으로 바꿨는데, 그 용도는 무료 휴대폰 충전소였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휴대전화 충전에 이용하며 운영과정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충전 장치 앞에 부착된 태블릿 PC에서 광고가 재생하도록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독일과 미국 뉴욕 시에서는 구형 공중전화를 신형으로 교체하는데 기본적으로 공중전화박스 근처에 와이파이를 제공하거나 터치 스크린 등이 설치하여 관광객들에게 관광정보를 제공하거나 간단한 문자나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공중전화 박스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로 개조하기도 하고 괴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피할 수 있는 세이프존으로 만들어서 활용하기도 한다. 심야시간 등에 위협을 느낀 보행자가 박스 안의 비상벨 버튼을 누르면 점멸등이 켜지고 사이렌이 울리면서 박스의 슬라이딩 문이 잠기고 주변 보안카메라가 작동하며 이내 보안업체 직원이 출동해 상황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 현금인출기나 세이프존 등으로 변신하고 있는 공중전화 박스의 모습

  현금인출기 등을 설치하여 간이 은행지점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영국과 같이 거리 도서관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응급환자 발생 시, 생명을 살리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는데 바로 심장충격기 보관소로 공중전화 박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종민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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