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결정권 상실자의 깊은 고민(苦悶)
가격 결정권 상실자의 깊은 고민(苦悶)
  • 정하영
  • 승인 2018.01.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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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철강 및 관련 업계 최대 관심은 “향후 철강재 가격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볼 수 있다
철강재 가격은 언제나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만큼 철강사들은 물론 이를 원부자재로 사용하는 각 산업계와 기업들에게는 명암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다.

  과거 대부분 철강사 임직원들은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소인 포스코 가격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워낙 거래 단위가 큰 사업이다 보니 가격 조정 직후에는 재고 과다여부 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이 좌우됐다. 당연히 각 사 대표부터 나서서 포스코의 가격 조정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1994년 2월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철강재 가격 신고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철강재 가격은 제도적으로 자율화됐다. 하지만 철강의 중요성으로 인해 사실상 그 뒤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정부가 가격결정에 개입했다.  추가적으로 2004년 철강재에 부과되는 수입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면서 국내 철강재 가격은 공식적으로 시장경쟁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포스코 등 철강사들의 가격 결정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국내 철강재 가격의 혼란과도 일맥상통한다. 거의 분기마다 발표하던 포스코의 베이스(Base) 가격 또는 리스트(List) 가격 발표가 없어진 것은 2012년부터다. 포스코 등 철강사들은 수요가별로 가격을 달리하면서 공식적인 기준 가격 발표가 없어졌다. 그만큼 철강사들의 가격 자율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국내 철강사들이 기준 가격을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 통제력과 가격 결정력이 약화됐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1년 정부의 가격 개입으로 크게 홍역을 치루고 난 후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물밀 듯이 들어와 국내 시장을 크게 넓히고 고정 수요를 확보하게 된다. 한때는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재와 심각한 판매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만큼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결정력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철강재 가격에 대한 의미 있는 코멘트는 예로부터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제철소는 제철소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제철소가 다른 제품이나 중소기업처럼 최대이익을 위해 가볍게 움직이게 되면 그만큼 철강산업과 수요산업, 나아가 제조업 전반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보다 넓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철강재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이 없다는 얘기는 그만큼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과 같은 얘기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철강업계가 철강재 가격에 관심이 많아진 이유는 일단 판매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 통제력과 가격 결정권을 상실한데서 오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 아닐까?

  이를 회복하기 위해 과연 우리 철강인들은 어떤 판단과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지, 깊은 성찰과 고민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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