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때문에 R&D 예산을 줄여야 한다니...

복지 때문에 R&D 예산을 줄여야 한다니...

  • 뿌리산업
  • 승인 2017.08.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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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편집국장 정하영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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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조선해운 전문매체인 트레이드윈즈는 프랑스 컨테이너 선사인 CMACGM이 2개의 중국 조선소에 2만2천 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했다고 전했다. 수주 금액만 14억4천만달러(1조6천억원)에 이르는 대형 수주 건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번 수주를 낙관하던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고 국내 조선업계 전체적으로도 의외의 결과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다고 판단했던 국내 조선업계지만 이번 결과를 놓고 볼 때 앞으로 컨테이너선 분야의 신규 수주를 낙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특히 중국 조선소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중국 선사가 아닌 글로벌 선사까지 인정했다는 사실은 우리 조선업계의 험로가 예상되는 일이다.

한편 21일 산업연구원(KIET)은 10년 후 국내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10년간 우리의 주력산업은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거나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15년 대비 2025년 세계 시장 점유율을 전망한 보고서는 12개 주력 산업 중 반도체, 일반기계, 방위산업만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통신 등은 큰 폭 하락을 예상했다. 특히 조선 분야는 연평균 9.5%의 역성장을 기록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이 36.2%에서 20%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역시 5.2%에서 3.8%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조선 수주액이나 자동차 생산대수 모두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았다.

제조업 부문에서 철강의 최대 수요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조선의 생산량 감소는 곧바로 철강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비록 산업연구원은 철강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0.4%의 성장을 통해 조강 생산량이 7천만톤에서 7,3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4.4%에서 4.3%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 생산량 증가에 반해 수요산업의 생산활동 위축은 그만큼 철강사들의 판매 어려움이 커질 것을 예상케 하는 일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2년 연속 감소했고 특히 중국에서는 올해 상반기 50%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이 줄면서 이를 수출이나 실수요가용으로 대체 판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건설과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의 흥망은 곧 철강산업의 성쇠로 이어지게 된다.

중국 조선사들의 이번 쾌거는 조선사들을 살리기 위한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산업은 성숙기거나 앞으로 10년 이내에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기업들의 경영 활동, 생산 여건은 갈수록 취약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모든 산업에서 질적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는 중국은 더욱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주력산업의 회복과 부흥이 철강은 물론 우리 산업과 경제의 근간이 될 것인데, 복지예산 때문에 R&D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 관계자 얘기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제철소를 지은 우리와 빵을 나눠준 동남아 국가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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