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품목 전문화 기억과 STS 후판

생산품목 전문화 기억과 STS 후판

  • 철강
  • 승인 2019.01.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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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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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엄습해온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나라 경쟁력은 크게 향상됐다. 구조조정의 크나큰 아픔을 인내하고 업종별로 ‘빅딜’을 통해 구조개편을 강행함으로써 얻어진 산물이다.

철강업계 역시 외환위기 이후 합병,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구 INI스틸)은 2000년 3월 강원산업을 합병, 당시 세계 2위의 전기로 업체로 부상한다. 한국철강은 환영철강을 인수해 공생의 길을 마련했다. 포스코는 경쟁력이 의심되는 광양 제2미니밀 건설을 중단했고 동국제강 역시 98년 12월 부산공장의 전기로 등을 폐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일은 현대제철의 당진 한보철강 인수였다. 이를 통해 현대제철은 그토록 염원하던 일관제철로 거듭나게 되며 고로와 전기로 생산방식이 균형잡힌 세계 10위권 초대형 철강사로의 변신에 성공한다.

오늘 과거를 기억해내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몇 안되는 독점적 철강 품목의 하나였던 STS 후판 시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경쟁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STS 후판 국내 생산자는 포스코가 원재를 공급하는 DKC가 유일했다.

그런데 지난 주 SM그룹의 계열사이자 포스코 지정 STS 서비스센터인 ㈜신광이 국내 제조업 부양 및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이유로 연산 10만톤 규모의 STS 후판 공장을 군산에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신광은 국내 STS 후판 시장 규모를 연간 14만톤으로 추정한다. 기존 국내 공급자가 7만톤을 판매하고 나머지가 수입 유통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광은 우수 설비를 바탕으로 품질과 저비용 생산 등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수입재를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해외 시장을 적극 개발해 10만톤 생산량 중 5만톤을 국내에, 5만톤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DKC로서는 신광의 신규 진입은 엄청난 부담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미 DKC는 교정기(레벨러) 증설 및 창고동 신설 공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1월말 완공 예정이다. 또 신광의 진입 발표 이후 추가로 열처리 설비 1기 추가 및 산세설비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 언론에서 DKC, 신광 진입에 증설로 ‘맞불’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현재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열처리 1기가 추가될 경우 DKC의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12만톤에서 18만톤까지 확대된다. 신광의 신규 진입에 따른 생산능력까지 포함하면 국내 전체로 무려 28만톤에 이르게 된다. 말 그대로 공급능력의 과잉이다.

신광은 자신들의 진입으로 인해 레드오션(Red Ocean)화가 우려스럽지만 지속 생존발전을 위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사업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또 선도업체로서 확실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DKC의 추가 증설 검토도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하지만 공급과잉이 불가피한 증설 투자는 어쩌면 공생이 아닌 공멸(共滅)의 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DKC와 신광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화에 임한다면 증설 규모와 생산 품목 조정, 시장 분할 등 공생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바로 창원특수강과 기아특수강은 1999년 생산품목을 전문화하고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지양한다는 묘수를 찾아냈다. 이후 특수강산업은 자동차산업의 성장과 함께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그 뿌리에 바로 대화와 협력, ‘생산품목 전문화’가 자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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