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국산화 정책을 바라보는 두 석학의 충언(忠言)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을 바라보는 두 석학의 충언(忠言)
  • 황병성
  • 승인 2019.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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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미디어 디자인센터장

석학(碩學)의 고언(苦言)이 깊은 울림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감정을 앞세워 현실을 직시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정연(整然)한 논리로 우리 현실을 냉정하게 깨우쳐 주는 두 석학의 조언이 경종을 울린다.

김도연 전(前) 포스텍 총장과  민동준 연세대학교 행정·대외 부총장(신소재공학부 교수)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금의 한·일 갈등 문제를 냉철히 바라보며 국가의 앞날을 걱정했다. 특히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한 작금의 화두(話頭)에 우리의 현실을 가감 없이 진단한 후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도연 전 총장은 “소재부품 국산화는 1, 2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소재 부품은 가격과 품질에서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다. 이를 무시하고 국산화를 밀어붙이면 우리 제품 가격이 올라가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하며 “한 정치인은 우리 소재부품 기술이 일본보다 1.9년 뒤졌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계산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1.9년 뒤쫓아 가면 일본이 그대로 멈춰 있나?”라고 반문했다.

민동준 부총장은 “그동안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관한 정부, 국회 차원의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년 전부터 논의했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지금의 고비를 넘기면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관한 관심이 또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을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국민 정서상 소재부품 국산화를 반대할 수 없게 되면서 막대한 추경예산이 책정된 것도 지적했다. 국민 세금으로 개발한 소재부품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엄청난 낭비를 불러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본의 나쁜 행태에 성급하게 대응하기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민 부총장은 소재 산업에서는 혁명(불연속적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오직 경험을 통해 조금씩 진화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소재 산업은 한 지역의 역사적인 특성과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일종의 ‘문화’라고 했다. ‘깊이 있는 계획과 실행’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1~2년 안에 소재부품 국산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두 석학의 지적처럼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본은 1877년에 공과대학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기술자가 길러졌다. 우리는 1950년 6.25 격변기 때 공과대학이 만들어졌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일본과의 기술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이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기업들은 일본산 소재부품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적어도 3년 이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전 국민이 똘똘 뭉쳐 국산화에 사활을 걸고 매진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국산 제품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대기업이 전체 필요량의 10~20%만 국산 제품을 사용해도 납품단가가 떨어진다고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눈앞에 닥친 문제에만 대응해서 안 된다. 내일의 문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민 부총장은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서 돌아왔다. 그들은 미래 산업과 시장을 지키기 위해 더욱 전략적으로 움직일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중국도 한반도 정세에 따라 언제든지 카드를 꺼내 들 준비를 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전문가의 고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감정만을 앞세우고 있다. 과거로부터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은 배제할 것이 아니라 경청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사고와 실용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야 함에도 꼭꼭 귀를 닫고 있다.

국가 정책이 더는 독불장군(獨不將軍)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칫 정책이 잘못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적인 합의가 중요한 것이다.

소재부품 국산화도 단기적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태를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두 석학의 충언(忠言)이다.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인데도 정부가 이것을 등한시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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