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코로나19는 함께 극복해야 할 시련이다

황병성 칼럼 - 코로나19는 함께 극복해야 할 시련이다

  • 컬럼(기고)
  • 승인 2020.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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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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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성 디자인센터장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거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특정한 시절 대규모로 창궐해 그 영향이 엄청났던 질병을 가리켜 역병(疫病)이라고 했다. 

역병은 지역이나 국가 단위, 혹은 문화권 전체로까지 번져 커다란 문제를 일으켰다. 유럽 쪽에서는 ‘흑사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외 천연두, 장티푸스, 한센병 등이 있다. 이것이 역병으로 불린 것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서 걸리면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세균이 발견된 것이 17세기 후반이고, 세균학이 발전해 역병의 병원(病原)이 확실해진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이것이 밝혀지지 않은 옛날에는 역병을 매우 무서워하며 신의 뜻을 그슬렸기 때문에 걸린 병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주술이나 기도만이 치료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동양 문화권 민속 신앙에서는 역병을 퍼뜨리는 재액 신이 있다고 믿었다. 이를 역병신 혹은 역신이라고 했다. 특히 전염력이 엄청났던 천연두가 역병신을 퍼뜨리는 대표적인 병으로 여겨졌다. 

다산 정약용은 오학론(五學論)에서 역병 얘기를 꺼내며 선비들을 훈계했다. “주자는 주군(州郡)의 장관이 되어 부역을 공평하게 하고 흉년과 역병을 구제하였다”는 말이 그것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우왕에게 요동 정벌의 불가론을 내세우며 군사들이 역병 앓을 위험성이 있다고 문제 삼았다. 의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역병을 개인은 인륜 차원에서, 국가는 국정 운영의 중대사로 여겼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옛날이었다면 역병이었다. 의술이 발달한 현재도 마땅한 치료 약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바이러스를 가리켜 무분별하게 음식을 탐하는 인간에게 내린 신의 벌이라고 한다. 무신론자에게는 이 말이 우습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유신론자에겐 결코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중국 우한에서 야생 날고기를 좋아하던 한 인간의 무분별한 식습관으로 발병됐다는 의혹을 받는 이 바이러스는 세계를 엄청난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더 무서운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원죄는 자연을 파괴한 인간에게로 돌린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대형 산불과 홍수가 발생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급속히 파괴됐다. 그 서식지에서 쫓겨난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감염에 취약한 상태에서 인간 생활과 가까워졌다. 식용이든 생활이든 접촉이 잦아지며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것이다. 경고를 무시하면 재앙이 닥치는 것은 순식간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업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대표적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사무직을 대상으로 2교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회사를 폐쇄하고 방역과 검사를 받아야 하므로 불가피한 조치다. 당분간 출장과 회식, 행사 등도 자제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연일 행사 자제와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줄 것을 권고하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지금은 잘 따라주는 것이 상책이다. 

조선 시대 역병이 발생하면 사회적 공포를 없애는 데 노력했다고 한다. 각 고을에서는 생활이 윤택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재물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병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가정을 위해서는 대신 농사를 지어주는 등 공동체 문화를 한껏 강화했다고 한다. 가난과 질병으로 죽은 백성들을 위해서는 마을에서 제사까지 지내주었다. 억울한 원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전염병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요즘 시각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미신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와 지원 인력을 대상으로 성금과 성품을 내놓는 많은 업체들과 사람들을 보면 일맥상통한 면이 없지 않다. 이것이 곧 공동체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닥친 이웃을 보면 도움의 손길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우리의 인심이 곧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몰아낼 것으로 확신한다. 병상 사람들에게는 쾌유할 수 있다는 위로의 말과 지원 인력들에게는 고생한다는 수고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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