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이와 비례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탈원전과 신생에너지 확대로 대표되는 이번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른 비용의 급격한 부담 증가는 이미 예상됐고 탄소중립선언과 이번 전력요금체계 개편안 등을 통해 구체화됐다.
탈원전에 따른 태양광과 풍력, LNG 등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정부의 지원 규모 등을 고려하면 결국 전력 요금의 인상은 그 시기와 인상폭의 문제일 뿐이었다.
지난 17일 정부는 한국전력과 추진해 온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하고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원가 변동제 도입과 기후환경 비용이 전기요금에 추가된다는 것이다.
원가 변동제 도입으로 당장 내년에는 전기요금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착시 효과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겪으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졌고 내년에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가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면 유가는 수요 증가와 함께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 연동에 의해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앞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는 전력요금에 대해 당장은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서 개편을 추진함으로써 이에 따른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 요금 변동에 상·하한 제한을 둔다는 방침이지만 에너지 정책 변화로 인한 기업과 국민의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국내의 전기요금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독일 등 유럽 지역 국가들은 신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은 수준이고 이로 인해 기업들과 국민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력 등의 신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마찬가지 구조로 에너지정책이 변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력요금의 지속적인 상승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친환경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앞으로 기업들은 물론 국민들도 함께 가야 하는 이슈다. 정부의 정책 또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에너지정책의 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규제 강화 중심의 정책과 현실에 적합하지 않은 정책이 지속된다면 기업들의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최근 태양광 발전 관련 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된 전력의 현물 거래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투자 대비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루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은 8시간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20년을 수명으로 봤을 때 현재의 가격으로는 설비투자비 조차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일종의 보조금제도라고 할 수 있는 REC 거래가격도 태양광 전력 생산이 늘어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급격하게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의 이면에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글로벌 경기 변동과 국제 정세, 자원 무기화 등의 불확실한 변화요인에 의해 언제든 쇼크가 올수도 있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변화의 과정과 속도, 전력 생산 효율성, 이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 등 종합적인 요인을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이 수립돼야 보다 효과적인 에너지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