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아무 말 대잔치 된 이상한 산재 청문회
황병성 칼럼 - 아무 말 대잔치 된 이상한 산재 청문회
  • 황병성
  • 승인 2021.03.01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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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철강업계에 불어 닥친 악재가 심상찮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는 숨통을 더 조이는 상황을 국가와 국회가 조성했다. 철스크랩 구매 담합으로 전기로 제강사가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국회는 산업재해를 문제 삼아 기업 총수를 청문회장으로 불러내 주제와 관련 없는 질문으로 공분을 샀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기업들에게 용기를 주지 못할망정 흠집 내기에만 혈안이 된 작금의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는 것이 맞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하필이면 지금이냐고 분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각종 난제를 해결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 묘안을 짜내며 코로나 난국을 돌파하고자 애쓰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현실을 외면한 반기업 정책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국가가 기업이 잘 되게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이니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국회는 한술 더 떠 바쁜 기업 총수를 청문회장으로 불러내 국민들 앞에서 모욕주기까지 했다. 마치 인민재판 하듯 몰아붙이는 저급한 정치 행태를 보며 많은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기업인들을 군기 잡으려는 듯 아무 말이나 쏟아내며 윽박지르는 모습은 청문회 취지에도 배치됐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떳떳하냐고 묻고 싶다. 국가를 위하기보다 당파 논리에 사로잡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 행태는 이미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기에 기업인들을 대놓고 면박 주는 몰상식한 모습은 ‘숯이 검정 나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산업재해 청문회였다면 주제를 벗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더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따질 건 따지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하는 것이 청문회를 연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와는 다른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예가 ‘신사참배’ 의혹 제기였다. 그 말에 증인인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신사가 아니라 사찰을 간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질문을 한 국회의원은 증인의 대답은 아랑곳 않고 자기 말만 했다. 마치 준비해온 대본을 끝까지 읽으려는 듯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만든 포스코 회장이 신사참배 가서 머리를 조아린 게 잘한 것이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사진 상단에 보면 절 사(寺)자가 있다. 분명히 절이다. 신사가 아니다”고 재차 반박했지만 믿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일청구권까지 거론하며 민감한 사안에 의혹을 부풀려 놓고도 ‘아니면 말고’ 식은 무책임한 발언의 전형이었다. 

국민들의 빵을 해결해주는 것은 기업이지 국회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기업이다. 이에 따라 경영자를 존경과 격려로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법을 어겼다면 법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 설사 잘못했다 하더라도 기업 현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래된 기업의 시설은 노후화되어 항상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잘못을 시인하며 “안전관리를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대책을 세우겠다.”는 기업 총수를 세워두고 10시간이나 냉혹하게 몰아붙인 것은 너무했다고 생각한다. 

2020년 아침 일찍 출근했다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산업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가 882명이나 된다고 고용노동부가 밝혔다. 사망자는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 노동자였다.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그래서 중대재해법도 생겼다. 이번 청문회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지만, 얻는 것도 있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기업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정립하고, 노동자는 안전이 곧 일상이라는 안전 문화 정착이 시급함을 절실히 느꼈다.     

기업인도 더는 모욕적인 청문회에 나가지 않도록 안전한 사업장 조성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 전체가 안전을 중시하고 재해를 예방하는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그 가운데는 사람 중심 문화가 정착 돼야 한다. 이번 산재 청문회를 계기로 우리 업계도 안전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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