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모처럼 호재(好材)에 현명하게 대처하자

황병성 칼럼 - 모처럼 호재(好材)에 현명하게 대처하자

  • 철강
  • 승인 2021.04.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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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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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好材)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뜻은 주가(株價)에 좋은 영향을 주는 재료를 의미한다. 상승재료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시세 전반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 경기부양책 등이 호재가 되며 개별 주식에 대해서는 배당 증가, 무상증자 또는 기관투자가의 대량 매입 등이 호재가 된다. 최근 철강업계에도 호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고목에 꽃이 피는 태몽을 꾼 것처럼 오랜만의 희소식이다.

중국은 우리 철강 산업에 있어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다. 엄청난 물량을 앞세워 저가(低價)를 무기 삼아 국내외에서 우리 업체 발목을 수없이 잡아 왔다. 수출에서 그랬고,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출가격은 국내 철강사들을 수출 시장에서 맥을 못 추게 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술 더 떠 덤핑 수준 가격으로 공급하며 야금야금 시장을 잠식해 왔다. 국내 철강사들을 경영난으로 빠트린 가장 큰 원인이었다.

국제 무역 질서마저 무시한 중국의 행태는 여러 국가로부터 분노를 샀다. 이에 각국은 반덤핑 관세 등 무거운 철퇴로 대응했지만, 규제는 잠깐 효과뿐이었다. 여전히 저가를 앞세운 물량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문제를 촉발하고도 그 무거운 책임에서 비켜서 있다. 이것은 철강에만 그치지 않고 전 산업에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마찰이 격화된 것도 이 사실에 기인한다. 미국이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최대 무기로 삼는 저가 판매 전략 뒤에는 정부가 있다. 철강 증치세 환급이 그 예이다. 수출 세금 감면으로 자국 철강업체를 지원해 왔다. 이것은 수출보조금과 같은 효과로 가격을 내리게 한 원인이었다. 수출 제품에 세금을 물리지 않으니 가격을 무한정 내렸다. 저가 판매는 수요가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최고 방법이다. 품질은 나중 문제이고 저가에 사서 많은 이윤을 남기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다. 최고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이런 중국이 철강 증치세 환급률을 대폭 내릴 것이라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업계는 대체로 이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이 왜 갑자기 이러한 조치를 하려는 것일까? 그 기저(基底)에는 고질적인 환경문제가 자리한다.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세계 최악이다. 탄소배출 저감이 해결할 과제인데 철강이 주범이었다. 증치세 환급률을 내려 스스로 족쇄를 채우려 하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발표가 자꾸 미뤄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하면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업계에는 모처럼 숨통을 트이게 하는 소식이다. 증치세 환급률을 내리면 중국산 철강재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저가 판매가 큰 경쟁력이었는데 약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이 수출가격을 올리면 우리 업계와 가격 경쟁에서 동등한 위치가 된다. 품질이 우수한 우리 제품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낮았던 수출 가격도 올릴 수 있어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중국이 철강재 감산에 들어갈 경우 철광석 등 원료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이것은 국내 고로 사들의 실적 호조로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최근 철강재 가격 상승과 함께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업계의 제2 도약 동력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저가로 수입하던 수요처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같은 가격이면 품질이 좋은 국산을 쓰는 것도 이제는 일반화될 것이다. 이것은 부적합 철강재를 쓴다는 오명을 벗는 최선의 길이기도 하다.

악재로 허덕이던 국내 철강업계에 각종 호재가 경기 회복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국내와 철강재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코로나19 접종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중국의 철강 증치세 환급률 인하 움직임이 더해져 국내 철강업체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다. 실로 오랜만의 호재임이 틀림없다. 불황을 극복하고 경영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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