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동심만리(同心萬理)와 같은 협상이 필요하다

황병성 칼럼 - 동심만리(同心萬理)와 같은 협상이 필요하다

  • 철강
  • 승인 2021.08.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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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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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協商)의 사전적인 의미는 ‘입장이 서로 다른 양자 또는 다자가 무엇을 타결하기 위해 협의함’이다. 협상의 목적은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있다. 하지만 합의는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립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정치는 여·야 관계, 가정에서는 부부·자식 관계, 사회에서는 세대·지역 관계, 회사에서는 노사관계 등 지금 이 순간에도 갈등과 대립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협상이 바로 그 대안이다.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고 상호 간 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협상의 출발점이다. 협상이 깨어지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다. 갈등하거나 대립하는 당사자들의 입장 차가 클 경우 싸움 등 폭력 행사, 법적 분쟁, 전쟁 등 강제적인 해결책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협상의 결말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 결국에는 파국(破局)에 이르게 한다.

이 과정에서 법적 소송을 위한 비용은 아무런 대가 없이 소멸한다. 무력 충돌이나 전쟁이 발생할 경우 수만 명 이상 희생자가 발생한다. 재산적인 손실까지 더하면 피해는 막대하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82조 원에서 최대 24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같은 사회갈등지수가 10%만 낮아져도 국민총생산이 1.8∼5.4% 높아진다고 한다. 협상을 통한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 주는 자료이다. 

협상의 대가 하면 우리는 고려시대 장수 서희를 떠올린다. 거란을 상대로 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협상을 한 강동 6주 협상이 그것이다. 고려 성종 서기 993년 당시 동아시아 정세는 907년 당(唐) 제국이 멸망한 이후 오랑캐로 불리던 거란이 파죽지세로 만주 일대를 장악하면서 요동쳤다. 거란은 고려와 송의 관계를 사전에 차단하고 고려 복속을 목적으로 80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적장 소손녕은 고려를 향해 “강변까지 나와서 항복하지 않으면 모조리 죽음을 당할 것이니, 고려 군신들은 우리 군영 앞에 나와 속히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온다. 대군의 위세에 놀란 고려 조정은 거란에 즉각 항복해야 한다는 ‘투항론’과 평양 이북 땅을 거란에 넘겨주자는 ‘할지론’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시간이 흐르자 조정에는 패배주의가 가득 찼고, 투항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이때 한 신하가 나섰다. “도대체 거란이 왜 침입했는지 이유도 알아보지 않고 항복부터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선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그가 바로 협상의 대가 서희였다. 결국 왕명을 받아 적진으로 찾아간 서희는 소손녕과 7일 밤낮으로 담판을 지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거란 군을 철수시킨다. 이에 더해 압록강 남쪽 ‘강동 6주’를 새로 얻어 국경선을 넓히는 성과를 얻는다. 

우리 업계도 지금 임금협상 시즌이다. 이미 협상이 타결된 업체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업체도 있다. 27년째 평화적으로 타결한 업체가 있는 반면 노사 갈등으로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합의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서희가 소손녕과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 의도가 무엇인지를 꿰뚫어 보고, 상대방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소손녕과 대화를 통해 거란이 영토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침입한 것이 아니라, 고려가 거란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게 하려는 데 의도가 있음을 파악했던 것이다. 업계의 임금협상도 이 사례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회사가 내세운 동심만리(同心萬里)가 정답인 것 같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먼 미래로 나아가자’라는 이 뜻은 선진적인 노사관계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 건강하고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우선 이다. 이것이 곧 미래지향적 회사로 나아가는 최고 지향점이다.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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