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술 권하는 사회와 철강
황병성 칼럼 - 술 권하는 사회와 철강
  • 황병성
  • 승인 2022.05.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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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즐겨 마시는 술이 세계에서 최고로 잘 팔린다고 한다.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술을 끊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굳이 사서 먹지 않아도 잘 팔리는 술이니 주조회사 경영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허튼 오지랖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술은 1위가 ‘진로’이고, ‘처음처럼’이 4위였다. 영국 주류 전문지 드링크 인터내셔널에서 조사한 결과다.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테킬라 등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물론 소비에는 우리 국민들이 기여한 몫이 제일 컷을 것이다. 혼 술이든 더불어 같이 마시는 술이든 소주와 함께하는 날이 많았다. 술의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늘 흠뻑 취해 있다. 이것이 하이트진로 브랜드 발전에 공헌했다. 두꺼비 상표로 친근한 진로소주는 출시 3년 만에 국내외 누적 판매 10억 병을 달성했다고 한다. ‘1초에 11병’이 팔려나간 셈이니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우리 업계가 생산해 판매하는 제품도 이 같은 성과를 내면 얼마나 좋을까.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하이트진로가 이 같은 좋은 실적을 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회사는 이종 업계와 협업한 두꺼비 캐릭터 상품을 무려 80여 종 선보였다. 소주 시장 내 2030 수요층에 대응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올해도 이종 산업 간 협업을 다양화해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한다고 한다. 실제 국내 소셜 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두꺼비 캐릭터 아이디어 상품 8종의 펀딩을 진행 중이다. 소주는 AZ(아재)들 술에서 MZ세대 술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 추세에 맞춘 영업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분초를 다투며 현실 안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앉아서 소비자를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끊임없이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충족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에 우리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하다. 대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캐릭터 상품을 80여 종이나 선보일 만큼 노력하는 회사가 몇 사나 될까. 현실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낙제점을 면할 수 없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직장은 수평적인 문화가 대세이다. 할 말은 하는 MZ세대가 직장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MZ세대는 두꺼운 소비층을 형성한다. 그들을 잘 이해하는 것도 또래일 것이다. 당연히 MZ세대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생각과 상통(相通)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케케묵은 수직적인 문화가 이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 문화는 좋은 생각을 가두는 감옥과 같다. 패악은 빨리 없어져야 발전이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세계 1위가 된다는 것은 어렵다. 생각과 행동이 1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경쟁력 세계 1위 철강사 자리를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월드 탑 프리미엄(WTP) 등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고부가가치 제품과 탄소저감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 결과다. 현대제철도 10위권에 있으니 이것만 보면 소주회사가 부럽지 않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접점을 찾은 성과이다. 조직 문화의 혁신도 공헌했다. 우리 중소업체들이 마땅히 본받아야 할 사항임이 틀림 없다.

세상은 온갖 풍파를 일으키며 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 이에 따라 소주 호황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팩소주, 페트 소주 등 소비자 기호에 맞춘 다양한 제품의 출시도 줄을 잇는다. 주류 캐릭터 숍 전국 순회도 깜짝 아이디어다. 우리 업계도 이러한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솟아나야 한다. 소비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는 큰코다친다. ‘1초에 11병’이 아닌 ‘1초에 11톤’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날이 현실이 되도록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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