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가족기업 횡포와 직장인의 비애(悲哀)

황병성 칼럼 - 가족기업 횡포와 직장인의 비애(悲哀)

  • 철강
  • 승인 2022.05.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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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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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 가까이 지났다. 이 법은 갑(甲) 질로부터 직장인들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만약 이 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법이 무겁다 하여 잘 지키고 가볍다 하여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아니겠지만 중벌임이 틀림없다. 기업마다 큰 부담으로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이유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다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변칙적인 방법이 횡행(橫行)하고 있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근로기준법이다. 사용자가 이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 법이 지켜지지 않거나 무시됐을 때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은 상당하다. 직장 생활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갖는 인간관계가 우선이다. 이에 따라 이해하고 교감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는 이것이 무시되고 불법이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   

우리 업계는 특성상 가족기업이 많다. 가족기업은 가족이 지배적인 소유권을 갖고 직접 회사를 경영한다. 모순이 따르는 것은 가족이 곧 권력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 종속 관계일 뿐이다. 이에 직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경영진의 지시에 순종하고 복종해야 한다.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복지는 먼 남의 얘기이고, 억울하게 당해도 하소연조차 할 수 없다. 이러한 행태는 사회적 문제로 경종을 울린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4월 신원이 확인된 제보 767건을 분석한 결과 53.5%(409건)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족기업에서 주로 나타나는 부당 지시가 212건(51.8%)으로 가장 많았다. 가족기업 직원의 제보 사례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만 아니다. 임금체납,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미 작성·교부, 폐쇄회로(CCTV) 감시, 연차 불허, 부당 해고 등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가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원인을 알고나면 몹시 실망스럽다. 

법을 위반해도 이들 사업장을 처벌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의 가족이나 친인척은 정식 직원이 아니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안 된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공정한 노동 환경 조성과 거리가 먼 시대착오적인 법 규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특히 우리 업계는 소규모 가공·유통업체가 난립한 관계로 불법을 저지를 소지가 다분하다. 소규모 업체 근로자들까지 보호하려면 법 개정이 시급하다.

“사장 아들인 이사의 폭언으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장은 이걸 보면서도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 도리어 감싸고 듭니다. 우울증과 공황 증세가 심각해져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밝힌 가족회사 내 괴롭힘의 한 사례이다. 회사가 소규모라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이 유린당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공정하고 상식적인 세상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괴롭힘을 당하며 직장을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장은 보람을 갖고 행복한 생활을 위한 수단이다. 그것에 최고 가치가 있다. 

우리 나라는 가족친화기업 제도가 있다. 주 40시간 근로시간 준수, 임산부 근로 보호, 직장 내 성희롱 금지, 육아휴직 제도 등 여성가족부가 심사하는 13개 항목에 따라 인증 받는다. 이 기업은 정부사업 참여 시 가산점·우선권을 준다. 투·융자 대출 시 금리 우대, 상장기업 대상 가족친화 인증정보 자율공시제도 도입 등 각종 인센티브가 풍성하다. 이 혜택을 받으려 어떤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가족기업들이 우선 본받아 실천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한다. 직장인 비애(悲哀)가 더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도록 새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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