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오충종 과장
<편집자 주> 올해 상반기 글로벌 철강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변동성이 컸다. 1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충격과 함께 원료탄,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초강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2분기 자동차 등 주요 전방산업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봉쇄정책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철강가격은 수요 제한과 함께 다시 한번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빅스텝’ 등 주요 선진국의 긴축 요인까지 작용하면서 하반기 철강시장은 공급보다 수요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철강업계는 탄소중립과 관련된 여러 요구사항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철강산업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로서 관련 요구사항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철강제품을 어떻게 친환경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철강업계를 둘러싼 국내외 이슈들을 살펴보고 하반기 전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본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오충종 과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Q 2022년 경제 및 철강업계 전반의 하반기 전망은?
국내 철강산업의 경우 코로나 회복 국면에서의 세계적인 철강 수요 급증과 작년부터 이어진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자재가 급등에 힘입은 철강제품 가격 상승 등으로 모처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는 주요 철강업체들이 나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여 철강업계의 호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철강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힘들고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실물경기는 코로나 회복세로 국내외 수요가 회복되어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과 인플레 심화․금융긴축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세계 경제 역시 공급망 불안에 따른 인플레 심화 속에 서방 국가들의 통화 긴축에 따른 수요 부진 등으로 성장률이 상당한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의 전 세계적인 인플레는 코로나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의해 세계화가 둔화되면서(slobalization)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가격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곳과 거래하는 기존의 공급망 구조가 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플레는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with inflation), 철강을 비롯한 제반 산업에 가격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하반기에도 러시아 제재 등 전쟁의 여파, 통화긴축 등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경제 전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Q 탄소중립 시대에 정부의 철강업계에 대한 대응책이 있다면?
지난해 하반기에는 많은 사회적 논의와 진통을 거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안(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였고, 산업 부문의 2030 목표 감축률은 14.5%로 설정됐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NDC의 에너지 믹스, 산업·수송 부문의 구체적 감축 달성방안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2030년까지 국가 전체적으로 40%, 산업 부문에서 14.5%를 감축한다는 목표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변동이 없을 예정인 만큼 앞으로는 목표 그 자체보다도 이행 방안이 보다 심도 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우리 철강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효율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적인 감축 여력이 많지 않으며, 탄소계 연·원료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단이 없는 2030년까지는 획기적인 기술적 돌파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우리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1위 업종인 철강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실로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한 발걸음은 철강업계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정부에서도 철강이 굴뚝산업에서 친환경 소재산업으로 탈바꿈해 나갈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먼저 현재 R&D 예산사업 본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개발사업」의 조속한 통과와 예산 반영을 위해 총력 대응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50년 탄소중립의 핵심 열쇠가 될 수소환원제철 기반기술 개발과 100만톤급 시험플랜트를 통한 실증은 물론, ’30년 NDC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브릿지형 기술로서 스크랩 다량사용 기술(상·저취 전로 개발), 자원순환 기술(바이오매스 등 신열원재 사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예타 규모의 대형 R&D 사업 이외에도 신속한 개발과 상용화가 가능한 소규모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발굴, 국책연구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철강·금속업계의 수요에 따라 신성장·원천기술 범위를 확대, R&D와 설비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고, 순환자원·수소 등 향후 철강생산의 핵심 요소가 될 새로운 자원에 대해서도 규제혁파와 제도정비, 인프라 구축 등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
특히, 앞으로 전기로 조강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로 주요 원료인 철스크랩의 국내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철스크랩을 포함한 철자원을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업계와 ‘철자원 포럼’ 등을 통해 함께 모색 중이다.
아울러, 산업부에서는 신정부 새로운 에너지 정책 수립과 NDC 상세 이행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철강업계의 의견을 경청하며 탄소중립과 환경이 업계에 부담만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기회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기업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겠다.
Q 최근 철강 통상 관련 현안과 대응계획은?
철강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수입규제를 비롯한 통상 이슈가 집중되어 온 분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232 조치, EU 세이프가드와 같은 물량 중심의 수입규제 외에도 EU의 탄소국경조정(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EU와 미국이 공동으로 논의하고 있는 지속가능 철강·알루미늄 협정(GASS: Global Arrangement on Sustainable Steel and Aluminium)을 비롯하여 친환경·탈탄소화를 내세운 새로운 통상 규범들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EU 중심으로 논의 중인 탄소의 국경간 이동을 직접 규제하는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미국 중심의 IPEF, 독일 중심의 기후클럽 등 新다자체제는 아직 구체적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철강의 친환경성을 필연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철강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큰 변동 없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환경 메커니즘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232 조치 관련 업계의 애로를 실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운영 개선 방안을 미국과 계속해서 논의해 나가는 한편, EU와도 현지 진출 한국 가전·자동차 업계의 소재 조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과정평가(LCA)의 기초가 되는 LCI 데이터를 정비하고, 제품 환경성평가 관련 국제상호인정체계 가입을 준비하는 등 국내 제도와 인프라를 갖추어 나가겠다. 탄소국경조정과 GASS 상의 내재탄소량에 따른 시장접근 제한이 수출 경쟁국들과 비교하여 우리 철강기업들의 우위로 작용하여 새로운 수출 기회가 될지, 또는 수출을 가로막는 규제로 작용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국과 계속해서 협의하면서 동향을 신속하게 전파해 나가겠다. 新다자체제에 대해서도 우리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계와 수시로 상의하며 대응할 나가겠다.
Q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철강업계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영환경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앞서 논의한 탄소중립과 통상 이슈를 비롯하여 철강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연시되고 유지되어 왔던 가치와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로, 업계에서도 기민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중 패권경쟁에 기인하고 코로나19와 러-우 전쟁으로 가속화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산업현장을 완전히 바꿀 디지털혁신, 경영가치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ESG 경영 강화 등이 주요한 경영환경 변화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기업의 거래활동이 이루어지는 기본 틀이기 때문에 공급망의 재편은 기업들에게 큰 위기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중국 등지에서 원자재나 제품을 값싸게 조달하여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가격 부담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이 상황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국산 저가제품이 주도해 온 가격 위주의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변화할 수 있다. 고기능성․고부가가치 신소재를 개발하여 EU 환경규제 등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및 수요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기업에게는 큰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다.
디지털혁신이 산업 전반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특히 철강산업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기후변화 대응, 숙련 조업자 감소, 안전 이슈 등 철강업계의 당면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국내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 ‘등대공장’에 선정되는 등 디지털전환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나, 중소중견 철강업체들의 디지털 전환은 상대적으로 초기단계이다. 정부는 철강분야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21.1월 ‘철강 디지털 전환연대’를 출범하였고, 탄소중립으로 중요성이 커진 전기로 업체의 디지털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전기로 제강공정 디지털화’ 기술개발을 지원 중에 있다. 철스크랩 데이터 품질 고도화 기술, 제강공장 전력투입 효율 최적화 기술 등 개발된 기술은 업계에 확산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어 ESG 경영이 산업계 전체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철강산업에서는 아무래도 안전 이슈가 가장 큰 것 같다. 중후장대 산업인 철강업계 작업자들은 항상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고온과 소음, 분진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종사자들을 위해서 안전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전은 재무적 성과를 떠나 제일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작년 철의 날 계기에 주요 철강업체들이 안전실천을 결의하고 안전을 최우선 경영가치로 보고 있지만, 이는 인식과 문화가 변해야 하는 문제로,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산업부는 철강기업들과 안전문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각 기업의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철강산업 안전대응 협의회’를 운영하여 업계의 인식 개선 및 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Q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대외 리스크 요인인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은?
최근 요소수 수급난, 러-우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 등 공급망 불안요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겪었듯이 갑작스러운 공급망의 차질 또는 변화는 제품 생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큰 리스크 요인이 된다.
향후에도 주요국들의 기술패권 경쟁, 탄소 중립 등 글로벌 신 패러다임 대두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의 특성상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중국 등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원료 등 주요 품목 200개를 ‘경제안보 핵심품목’으로 선정하였고(‘21.12월),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를 중심으로 코트라, 업종별 협단체 등을 통해 국내외 공급망 동향을 취합/분석/전파하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 중이다. 향후 주요 자원보유국과의 통상협력 강화, 민간 해외자원개발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