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수해 복구 현장의 넘쳐나는 情

황병성 칼럼 - 수해 복구 현장의 넘쳐나는 情

  • 철강
  • 승인 2022.10.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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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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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의 사전적인 의미는 오랫동안 지내 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이나 친근한 마음이다.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칼럼니스트는 정을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고,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맛도 없다고 정의했다. 분명히 없는 데 있는 것이고 있는데 은밀한 것이 정이라는 것이다. 정에는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은 한국인의 마음이고, 사랑이다. 콩 한쪽도 나눠먹고. 거지를 그냥 보내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이다. 정에 살고 정에 죽는 것이 우리 민족이다.

외국인들은 우리 식당에서 반찬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며 놀란다고 한다.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우리의 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몰랐던 것이다. 경북 의성군에 사는 프랑스 신부 두봉(본명 렌 뒤퐁) 주교는 사제 서품을 받고 우리나라에 왔다. 그리고 한국인의 정에 반해 귀화했다. 그는 한국인의 정을 세계에 수출할 만한 심리 상품이라며 정 문화를 극찬했다. 이처럼 이방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우리의 정이다.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팀이 조사를 해 정 ‘empathy’(공감, 감정, 이입, 동정심, 연민)를 국가별로 순위를 매겼다. 한국이 6위를 차지했다. 비록 1위는 아니지만 이 결과는 우리가 정의 민족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도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베풀기를 망설이지 않는 것이 우리 민족이다. 외국인들이 보았을 때는 지나친 친절로 비칠 수 있다. 오지랖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네 심성으로는 자식 같아서, 동생 같아서, 부모님 같아서 베푸는 마음이다. 이 정은 순수함이 장점이다. 주거나 베풀고 싶은 마음, 살갑고 애틋하고 밉지만 짠하고 애처로운 마음이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수많은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라고 한다. 

우리의 정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 잘 표현된다. 이웃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도움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웃돕기 성금이 그렇고, 수해나 산불 이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이 그렇다. 피해를 입은 현장에 달려가 복구 작업을 돕는 마음이 그렇다. 생업도 바쁜데 선뜻 선행을 베푸는 것은 정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피붙이가 피해를 입은 것처럼 살피는 마음이다. 이것은 외국과 비교되는 우리의 장점이다. 트럭이 싣고 가는 물건을 떨어트리는 사고에서 우리와 중국 국민들의 행동이 비교된다. 중국 국민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물건을 훔쳐가기 바쁘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물건을 주워주며 사고 수습에 도움을 준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간 포항지역은 상처가 크고 깊다. 포항 냉천의 범람으로 우리 철강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지금도 많은 철강업체들이 피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밤낮으로 공장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고객사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피나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휴일을 반납하면서 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안쓰럽다. 제철보국(製鐵保國)의 후예답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구성원들의 단합된 행동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각계 각지에서 위로와 격려가 답지하는 이유다.    
 
이 수해복구 현장에도 정이 넘쳐난다. 오랜 인연을 맺었던 자매마을, 고객사, 공급사들이 그 주인공이다. 자매마을은 복구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삶은 계란과 떡, 초코파이, 생수 등을 전달하며 힘을 북돋워 주고 있다. 평소 받았던 고마움을 잊지 않은 이들의 정성은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고객사와 공급사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중펌프 지게차, 트럭과 같은 다양한 장비를 조달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친구도 이런 친구가 없다. 보는 사람의 마음도 흐뭇하게 한다. 이것이 진정한 파트너십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는 항상 욕을 얻어먹는다. 우리 사회의 병폐이기도 하다. 그러나 타인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사람도 많다. 포스코청암재단이 선정하는 포스코히어로즈들의 행동이 그것이다. 우리 민족은 도움을 받으면 보답하는 것을 철칙처럼 생각한다. 재물이든 마음이든 정성을 다한다. 6·25 전쟁 참전국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것처럼 말이다. 포항제철소 복구를 위해 물심양면(物心兩面)을 아끼지 않는 자매마을, 고객사, 공급사들을 보면 이것을 실감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마음의 자산인 정(情)이 발로가 됐다. 한국인의 진한 사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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