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기(氣)죽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

황병성 칼럼 - 기(氣)죽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

  • 철강
  • 승인 2022.10.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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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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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이 ‘2019년 기업환경평가’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평가대상 190개국 중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나라로 평가됐다. 창업부터 확장, 운영, 퇴출까지 기업의 생애 주기에 따라 10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다. 하지만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상황이나 노동환경은 제외됐다. 이 부문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딴판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 기업환경의 최고 약점이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현실이기도 하다. 

과거 정부나 정치권이 기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흑(黑) 역사로 자리한다. 특히 비일비재했던 정경유착이 이중 하나다. 해당 기업에게는 숨기고 싶은 역사이기도 하다. 이 부끄러운 역사도 교훈이 되었기에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66년 사카린 밀수는 정부와 대기업이 짬짜미가 되어 발생한 사건이었다. 한 언론에 의해 알려지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협객 김두한의 국회 인분 투척으로도 유명해진 사건이기도 하다. 결국 총수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비료공장을 국가에 헌납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해당 기업에게는 생각도 하기 싫은 굴욕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기업은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기업은 정경유착을 다 끊지 못해서 부침이 심했다. 그 결과 최고 경영자가 영어의 몸이 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공자의 말처럼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樹欲靜而 風不止)처럼 정부에 많이 휘둘렸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과 유착이 되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는지 우리는 눈으로 보고 경험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이것을 끊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기업을 간섭하는 것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이 국가에도 이익이다. 그래야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며 성장하고 발전한다. 우리 기업은 지금 수많은 규제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다 열거하기조차 힘든 각종 규제는 기업하기 더욱 어려운 나라로 만들었다. 간섭은 자율보다 못하다. 글로벌화 한 세계 업체들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더욱 그렇다. 간섭 대신 자율이 우선돼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된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경제와 민생을 강조한다. 실상 기업이 어렵다고 호소하면 제대로 듣지 않으면서 말이다.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이다.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면 기업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여기에 태풍 힌남노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어 우리 기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정치권이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바쁜 기업인들을 대거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경영 리스크를 발생시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우리 업계 대표를 대거 중인으로 채택했다. 우리의 국정감사를 ‘호통 국감’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기업인을 관행처럼 불러서 정책 검증이 아닌 생색용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업은 압박이 크다. 증인석은 곧 죄인 석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의 일방적인 호통에 죄인처럼 해명이나 반론해야 했던 과거 국감장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또다시 이런 구태가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것이 무시된다면 준엄한 유권자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은 각종 규제도 문제지만 닥친 경영환경이 녹녹하지 않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은 기업을 더욱 옥죄고 있다. 원가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출업체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처럼 촌각을 다투며 경제 전선에서 싸워야 할 시기에 기업인들의 시간을 뺏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못마땅하다. 과연 이것을 두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세계 5위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기업환경이 좋지 못하다.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국감장에서 우리 기업인들이 당당하게 맞서서면 좋겠다. 기업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생생히 알려 바쁜 사람들을 왜 불렀냐며 되레 호통을 맞는 상황이 되도록 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죽지 말고 당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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