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제품은 왜 A/S가 안되나요?

철강제품은 왜 A/S가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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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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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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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철강업체의 영업관리직 취재원을 만났다. 근황을 여쭤보니 그는 장기 거래선에 축사 등에 쓰이는 폼판넬용 강판을 공급했는데 철판이 불량이라며 물품 대급을 미뤄 고객사와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철강 바닥에서 뭘 법정까지 갈 필요가 있겠냐 다들 생각하고 계실 거다. 

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우리들만의 룰을 서로가 다 알지 않느냐. 제조사라면 밀써티(Mill Certi)에 문제가 없다던가, 살 사람이 줄을 서있으니 기분 나쁘면 사지 말라 할테고, 유통 업체라면 고객사 대표와 술 한잔 기울이거나 다음 오퍼 가격에 베네핏을 주고 달래는 그런 것들 말이다. 

제조사와 구매자들은 암묵적인 눈빛을 주고받으며 ‘어영부영식 관행’을 이어왔다. 철강제품은 A/S가 안된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망한 파마머리는 풀면 되고, 마음에 안 드는 물건은 반품하면 되겠지만 철강제품은 이야기가 다르다. 쇳물에서 태어나 수개월 끝에 나온 묵직하고 단단한 이 놈은 바꿔쓸 수도 고쳐 쓸 수도 없다. 

미세하게 좁거나 넓은 폭, 오버 웨이트, 도금칠이 벗겨진 것들은 무차별 열외를 당한다. 코일을 휴지 두루마리라 가정해 보자면 지네 한 마리가 찌부된 채 발견됐다고 다 풀어헤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칸에 또 다른 사체가 또 있을 수 있으니 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코일을 다 풀어 일일이 확인하는 것보다는 스크랩장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이다. 

고객 클레임 앞에서 제조사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시전하는 게 일상다반사다. 이들은 최대한 사용해달라는 말을 자주 남기며, 책임이 분명할 때는 스크랩 처리를 권고한다. 환불보다는 부분 환불에 가깝다 봐도 무방하다. 최악의 경우엔 환불은커녕 ‘읽씹’ 당하는 경우도 있다. 

철강 제조 특성상 100% 완벽한 품질 관리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클레임은 늘 제조사들과 함께할 것임은 분명하다. 어영부영식, 모르쇠, 갑질 방식 말고 올해부터라도 각 사별 특화된 고객애프터서비스를 구상해 보는 건 어떨까 제언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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