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저출산 문제, 발등에 떨어진 불

황병성 칼럼 - 저출산 문제, 발등에 떨어진 불

  • 철강
  • 승인 2023.02.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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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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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 박 과장이 결혼을 했다. 상대방은 맞벌이를 하는 두 살 아래 신부였다. 양가 부모는 이 두 사람의 늦은 결혼을 축하하며 “아들 딸 놓고 잘 살아라”라고 덕담을 건넨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한 것도 이유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서이다. 아이를 낳고 사는 주위 동료들을 보며 더욱 그랬다. 학원비와 생활비로 힘들어하는 모습은 박 과장의 결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이것은 박 과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하다.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 할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다. 모두 앞에서 언급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이기주의자라고 비판할 수 없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부 두 사람 살기도 힘겨운데 아이까지 낳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이것이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출생률 최하위라는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다. 인구절벽을 불러온 원인이기도 하다.

이 사태를 보며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산아제한정책을 하던 때가 어저께인 것 같은데 출산장려정책을 펼쳐야 하니 말이다. 1970년대도 있었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산아제한정책이 본격화 됐다. 과거 캠페인 문구를 보면 시대적 상황을 잘 읽을 수 있다. 1950년대 표어는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 이었다. 1960년대는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자’ 혹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또는 ‘행복한 가정은 가족계획으로’ 등이었다. 1970년대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혹은 ‘하루 앞선 가족계획, 십 년 앞선 생활안정’ 등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서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또는 ‘아들 하나 때문에’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폭발’ ‘늘어나는 인구만큼 줄어드는 복지후생’ 등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인구 급감하기 시작했다. 캠페인의 영향이 컸다. 혼인할 수 있는 인구도 감소했다. 혼인 기피 풍조까지 나타나면서 급속히 저출산 구조로 전환했다. 1983년 대체출산율이 2.1명으로 떨어졌을 때 이 정책을 즉각 폐기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이 정책을 고수하다 지금의 상황을 맞이했다. 

당시 산아제한정책으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막을 수 없었다. 많이 낳는 것이 죄악시되는 풍조가 조성되면서 그것이 왜곡되어 출산 자체가 죄악시되는 경향으로 변했다. 이것이 오늘날 저출산으로 이어지며 더 큰 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해마다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지만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에 파생되는 문제도 크다. 제일 큰 문제는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력난에 직면한 우리 업계에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 아니다.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결과는 불보 듯 뻔하다.

국가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280여조 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투입했으나 출생아 수 감소를 막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부모급여,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 단기적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대다수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절대적 규범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됐다.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계도하기보다는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농촌에서는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 됐다. 도시도 이것을 따라가고 있다. 머지않아 상징적이었던 인구 5천만 명도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쟁과 다름없는 위기다. 일본을 다 따라잡았다고 좋아했는데 출생률에서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말해 준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 우리 경제는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수 있다. 일본의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가가 집까지 사주면서라도 젊은이들을 혼인시키고 아이를 낳게 해야 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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