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도가니의 기적과 직원 존중

황병성 칼럼 - 도가니의 기적과 직원 존중

  • 철강
  • 승인 2023.06.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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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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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종관계(主從關係)가 형성됐다. 시대에 따라 이 관계는 변화를 거듭했다. 경제학자 마르크스는 역사의 발전 과정을 계층 간 주종관계 변화로 보았다. 고대는 주인과 노예, 중세는 영주와 농노, 근대 이후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로 역사를 이어왔다. 오늘날 노사 관계도 이에 속한다. 특히 이 관계에서는 양보 없는 대립이 먼저 떠오른다. 노와 사는 상호 보완적인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얽혔기 때문이다. 이 고질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조선시대는 계급사회였다. 특히 양반과 노비의 종속 관계는 갈등의 골이 깊은 지금의 노사관계와 유사하다. 악덕 사주는 아집에만 집착하는 양반과 닮았다. 힘없는 노동자는 문서로 사고팔던 노비의 처지와 비슷했다. 이들 관계가 양반과 노비였을 때는 가문의 부귀영화를 좌우한다. 현대에 와서는 회사 성장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이 두 관계가 좋았을 때는 가문이 영원히 번창했고, 회사도 발전했다.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성공한 회사의 모범적인 노사관계가 이것을 입증한다. 

옛날 한 고을에 두 양반 가문이 있었다. 두 가문 주인의 심성은 각각 놀부와 흥부의 심보를 지녔다. 노비를 부리는 데 이 심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놀부를 닮은 주인은 노비를 종일 쉬지 않고 일을 시켰다. 배부르게 먹이지도 않았고, 쇠경 주는 데도 인색했다. 흥부의 심성을 닮은 주인은 노비들의 의견을 존중해 농사를 지었고, 배고프지 않게 신경 썼으며 쇠경도 넉넉히 주었다. 그 결과, 흥부의 심성을 닮은 주인의 가문은 크게 번창했지만 놀부를 닮은 주인의 가문은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세월이 흘러도 이 같은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지금의 노사관계와 딱 들어맞는다.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는 노사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진리이다. 역설하면 놀부와 같은 심성을 지닌 경영자가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직원을 주종관계로 보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보았을 때 이 같은 상황이 가능해진다. 놀부의 심보를 닮은 주인처럼 노동력을 착취해서는 곤란하다. 노사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생각이 우선돼야  공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회의 기저(基底) 위에 우리 업계 한 경영자의 행동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회적 여운도 심상찮다. ‘도가니’ 하나로 시작해 매출 1조 원 이상 회사로 키운 풍전비철 송동춘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회사에는 업력 40년이라는 성상(星霜)이 서릿발처럼 쌓였다. 특히 그가 입버릇처럼 “늘 직원들에게 고맙고, 항상 어떻게 보답할지 생각한다.”라는 말에는 진심이 우러난다. 그 말이 즉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눈으로 실감하기 때문이다. “멋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그의 행동은 특별하다. 

직원이 굶든 말든 자신의 곳간을 채우고자 혈안이 된 탐욕스러운 경영자는 수 없이 많다. 이 같은 사례를 접하며 창립 40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한턱 거하게 쏘는 회장님의 배포가 존경스럽다. 이 회사 직원은 400명(계열사 포함)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수백만 원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여행을 떠난다. 전 직원에게 파격적인 ‘포상 휴가’를 쏜 것이다. “쉬지 않고 여러 위험을 감수하며 사업을 확장해 왔는데, 회사가 별 어려움 없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모두 직원들 덕분”이라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올곧다. 이것이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사가 화합해 회사를 키우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사심 없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직원 존중’의 경영철학은 타 경영자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대기업 부럽지 않은 각종 복지로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경영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직원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40년 동안 성장의 수레바퀴를 돌린 든든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노사가 개인의 이해만 따졌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호 보완의 건전한 관계 형성이 ‘도가니의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그 중심에 송동춘 회장이 자리한다.   

회사는 다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 폐배터리에서 납·플라스틱·황산 등을 추출한 뒤 재활용해 판매했다. 이를 전기차로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현실적인 계획임에 틀림없다. 이 사업이 또 다른 기적의 불씨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가 앞을 보는 혜안(慧眼) 속에는 항상 직원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협력사·고객사가 함께 잘 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의 성장하는 것이 지향하는 목표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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