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만화가 이현세와 인공지능(AI)

황병성 칼럼 - 만화가 이현세와 인공지능(AI)

  • 철강
  • 승인 2023.07.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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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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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로 끊임없이 세상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오는 실리콘밸리, 지금 이곳의 IT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기술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공상과학 영화에서 많이 봐왔지만 현실에 실현되지 않았던 미래기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이 미래 기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우의 수가 많아 정복이 어렵다던 바둑마저 인공지능에 의해 정복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3월 우리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세기 바둑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이 대결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바둑 팬과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무엇보다도 바둑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관심이 쏠렸다. 사람들은 세계 랭킹 2위였던 이세돌 프로기사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알파고가 3:1로 승리했다. 세계가 깜짝 놀랐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동시해 주었다. 고도로 발전한 지능은 앞으로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인간의 직업을 모두 대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주었다. 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이 향후 30년 동안 인류의 절반 이상을 실직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혁명 때는 단순히 인간보다 근력이 뛰어난 기계가 탄생했지만, 인공지능은 힘과 지능을 모두 지녀 파급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에 섬뜩함이 느껴진다.
 
‘공포의 외인구단’ ‘떠돌이 까치’ ‘남벌’ 등 작품으로 한국 만화계를 이끌어온 이현세 작가를 우리는 기억한다. 학창 시절 그의 만화에 심취해 공부는 뒷전이던 때가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어머니에게 들켜 만화책을 몽땅 압수당했던 그날이 어저께인 듯 아련하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작가도 어느새 나이를 먹어 69세가 됐다. 그는 쓰나미처럼 몰락한 한국의 만화 산업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만화에 AI를 입히겠다고 밝혔다. 손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만화를 그리겠다며 생명과 같았던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나이가 들수록 손에 힘이 빠지고 그림체가 바뀌는 것이 그가 AI에 마음을 연 이유 중 하나지만 대세를 거를 수 없음에 노 작가는 통탄한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디지털은 흥하고 아날로그가 도태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준비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상과학처럼 이루어 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 업계는 어떠한가. 다행히 이 흐름에 비켜서 있지는 않다. 특히 AI를 생산 공정에 접목해 최적 생산현장 구현의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비교적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할 타이밍과 풍량, 풍압, 추가 원료 주입량 등의 데이터가 근로자들의 머릿속에 있었다. 이것을 현장 근로자의 주관적인 데이터를 종합해 객관적인 디지털 정보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12시간이 걸렸던 생산계획 수립은 1시간으로 줄었다. 용광로의 1일 생산량도 240만 톤가량 늘었다. 한 일관제철소의 사례이다. AI를 접목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획기적인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상황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이유다.  

AI 학습 과정을 지켜본 이현세 작가는 “학습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5∼6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단점도 명확하다고 했다. 크로키로 대충 그려놓은 걸 정교하게 표현해 내는 솜씨는 일품이지만, 일일이 정확한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3∼4개만 그린다거나 남자인 ‘까치’ 몸에 여자 가슴을 그려놓는 등 오류도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IQ는 엄청나게 높은데 EQ가 전혀 없는 사람 같다고 지적했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걱정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지금은 인간의 손에 지배당하지만 만약 AI가 EQ까지 지니게 된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다. 지금은 대세를 거스르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업에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서둘러 준비해야 도태되지 않는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의 뜻을 새겨 준비하고 신속히 행동으로 옮길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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