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에 누적 상처 ‘이러다 다 죽어’

출혈경쟁에 누적 상처 ‘이러다 다 죽어’

  • 철강
  • 승인 2023.07.05 06:05
  • 댓글 0
기자명 황두길 기자 dg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년 가까이 철강업에 종사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가 취재를 온 나에게 해준 말이다. 

철강금속신문에 입사하고 본격적인 취재를 진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입 기자가 듣기에 충격적인 한마디였다. 오랜 시간 철강업에 몸담은 종사자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현재 철강업이 얼마나 어렵다는 말인가.

전반적인 철강 시황이 나쁘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들은 실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현재 철강업 종사자들은 불경기를 온몸으로 버티면서 상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지난 6월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손해가 가중됐다고 전했다. 불경기 속에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단가 하향 조정이 수시로 일어나면서 유통업체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철강업계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분기 상장된 열연 스틸서비스센터(SSC)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2분기 실적은 지난 분기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몇몇 업체들은 실질적인 부도 위험에 한층 가까워졌다. 

통상 철강업을 ‘사이클(cycle)’로 비유하곤 한다. 과거부터 철강업은 일정한 주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을 보이자, 철강업 종사자들에게 통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클은 최근 들어 주기가 짧아지고 특정 상황에 급변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역대급 불황을 경험했지만, 마냥 버틴다고 해서 전망이 밝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 제조사, 유통업계, 정부의 단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철강업은 생산, 유통, 정책 등 각 분야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 철강업 부흥을 이끌기에는 분명 한계가 뒤따른다. 공생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란 시기에 각자도생의 길은 파멸로 향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