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국민연금 이야기

황병성 칼럼 - 국민연금 이야기

  • 철강
  • 승인 2023.07.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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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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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소실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연 퇴직 후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이다. 직장인의 노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퇴직한 직장인의 최후 보루이다. 하지만 들리는 소리가 심상찮다. 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찍는 등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수익률이 고꾸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기금이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우(杞憂)이기를 바라지만 불투명한 미래는 걱정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국민연금은 1988년 보험의 원리를 도입한 사회보험의 일종이다. 국민 모두가 가입해 노후를 대비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호하고 불균형한 소득분배를 보완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근로자와 자영업자, 공무원 등 모든 국민이 가입할 수 있게 했다. 가입 시점부터 일정한 기간 동안 월 금액을 납부하면 노후에 일정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올해 3월 기준 수급자 수는 641만 명, 평균 수령액은 월 56만3,193원으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령 초기이지만 연금 고갈을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국민연금의 2022년 기금 운용수익률이 -8.22%로 역대 최저였기 때문이다. 이는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0.18%로 사상 첫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 속에 수익률이 다시 -0.92%로 떨어진 바 있다. 지난해는 역대 세 번째 마이너스 수익률인데, 손실 폭은 자그마치 79조6,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890조인 것을 고려하면 기금의 1할 정도가 마이너스 수익률로 증발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일이 발생했다. 최근 파산한 미국 시그니처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 그리고 부실 리스크가 발생한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이 3개 금융기관에 묶인 국민연금 투자액이 지난해 말 기준 2,78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민간 자산운용사에 지불하는 ‘위탁운용 수수료’가 무려 2조원을 넘어섰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운용을 의뢰했는데 돌아온 것은 적자다. 관리부실 의혹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 자산 중 약 절반은 위탁운용을 하는 상황에서 향후 리스크가 더 큰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1990년생 이후 젊은 가입자는 자신이 수급 연령이 되었을 때 연금이 고갈되어 지급이 안 되거나 현재의 수준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연금 기금에 더 많이 기여하지만 지금의 수령자와 같은 동일한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했을 때 틀리지 않은 지적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최악의 경우 연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은 가히 충격적이다.  

강제적일지라도 현역 때 연금을 많이 내고 퇴직 이후에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철석같이 믿고 따랐다. 전문가들의 분석대로라면 믿는 도끼에 발등이 크게 찍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사회 계약 관점에서 의무 가입은 국민과 정부가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은 퇴직 시 재정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근무 기간 동안 연금 제도에 기여한다. 이 합의는 개인과 국가 간의 상호 의무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잘못된 운용과 관리로 이 신뢰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덩달아 국민들의 노후도 불안하다.

기금의 부실 운용 배경에는 앞에서 언급한 고령화가 원인이다. 고령화로 수령자와 납입자의 숫자가 차이 나면 기금이 부족해진다. 이에 수령자에게 몫이 모두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를 통한 기금 운용 수익으로 이것을 메우려 하지만 운용 부실로 기존 기금마저 갉아먹고 있으니 문제다. 이 부실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 있다. 당장 닥치지 않았다고 해서 미래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는 국민들의 노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가의 막중한 책임감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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