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 피땀 흘려도 빼앗기면 소용 ‘無’

개발에 피땀 흘려도 빼앗기면 소용 ‘無’

  • 철강
  • 승인 2023.11.08 06:05
  • 댓글 0
기자명 윤철주 기자 cjyoon@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강 업계 내 안일한 보안 의식과 사법부의 손 방망이 처벌로 귀중한 국내 철강 기술과 무형 자산이 유출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건수는 93건에 이른다. 

일례로 올해 여름 부산에선 국내 대형 철강사가 3년간 50억원을 들여 개발한 설비를 협력업체 임원이 빼돌려 유사한 장비를 만들어 이란에 판매하다가 적발한 사건도 벌어졌다. 이미 일부 설비가 이란 측에 수출됐기 때문에 사실상 일부 손실이 확정된 상황이다. 

고가 기술이 아니더라도 철강업계 내 보안 의식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한 다크웹 보안 전문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크웹을 통한 정보유출 건 중 철강업에서만 2만242건의 계정 유출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산업계에서 정보유출 가해자들의 집중 표적이 되는 기계업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철강업계의 보안 의식만큼, 우려스러운 것은 적발되더라도 죗값이 가볍다는 점에 있다. 한 대형 철강사가 3년 동안 100억원 이상 투자한 다른 설비 건의 경우 중국 경쟁사에 유출됐지만 유출자는 초범이란 이유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해당 건 외에도 철강 기술·장비 유출로 인한 업체와 산업·국가의 중장기적 피해보다 범죄자의 초범 여부와 반성 여부 등 감경 사유가 더 중요하게 판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업계 스스로가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밖에 없는 가운데 그나마 최근 일부 철강·금속업체들이 방호 시스템 강화하며 보안 피해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지난 7월에는 국가정보원과 산업부, 철강 업계, 자동차 업계, 조선 업계가 힘을 합쳐 ‘핵심산업 기술보호 협의회’을 출범시킨 것이 가장 고무적이다. 

정부와 철강업계, 수요업계는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피해가 발생하면 함께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협의회와 각 업체들이 제조업 특성에 맞는 기술보호대책을 마련하여 부디 제품 경쟁력만큼이나 보안 분야에서도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길 바래본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