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입 열연강판 AD 제소 “아직 논의된 부분 없다”
포스코인터 수입 계약 중단…AD 제소 물밑 작업?
철강업계, 제소 나서기 쉽지 않아…“관련 업계 반발 클 것”
2023년 국내 철강 시장을 휩쓴 수입산 열간압연강판(이하 열연강판)에 철강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국산과 일본산 등 수입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AD) 제소를 염두에 둔 듯한 제조사들의 방침이 포착되며 향후 진행될 대응 방안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해 보면 철강업계는 2023년 국내로 들어온 수입강판 물량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련 기관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AD 제소를 위한 사전 밑 작업에 나선 모습이다.
▣ 포스코, “아직 논의된 부분 아냐”…포스코인터 수입 계약 중단 왜?
국내 최대 철강 제조업체인 포스코는 수입산 열연강판 AD 제소에 대해 “아직 논의된 부분이 없다”라고 답했으나, 철강업계 안팎으로 포스코가 수입산 열연강판 AD 제소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로 포스코그룹 계열 무역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수입산 열연강판 계약을 중단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열연강판 수입 계약이 중단된 것이 맞다”라며 “관련 사항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수입 계약 중단을 통해 포스코가 수입산 열연강판 AD 제소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국내 한 철강 제조업체도 12월 말 산업통상자원부에 방문해 수입산 철강재 폭증에 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정부에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로사를 비롯해 수입산 열연강판을 사용하는 강관사와 단압밀 등 다양한 업체와 이야기를 듣고 종합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D 제소, 넘어야 할 산 많아…하공정업계 등 반발 클 것
다만 철강업계는 고로사들이 수입산 열연강판 AD 제소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고로사 중심으로 수입산 열연강판 AD 제소를 진행해도 냉간압연업체와 강관사, 포스코 SSC(스틸서비스센터) 등 수입산 열연강판 사용량이 많은 업체의 반발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경우 포스코가 AD 제소를 진행하면 아마 동참하는 분위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반면 냉연단압밀과 강관사들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일본산 열연강판은 냉연단압밀 등 하공정업계에서 주로 구매하는 상황이며 2023년 기준 국산 열연강판 가격 대비 저렴하다”라며 “국내 제조사가 일본산 가격에 맞춰 공급할 수 없기에 AD 제소를 진행하면 하공정업계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산을 취급하는 포스코 SSC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철강업계는 현 정부 외교관계를 통해 중국산 열연강판이 주된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과 일본산 수입량이 모두 크게 늘었지만, 중국산이 AD 제소의 주된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현 정부와 중국, 일본 외교관계를 고려해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AD 제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산 열연강판은 국산과 일본산 대비 현저하게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국내 시황을 뒤흔드는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낮게 형성돼, 전체 시장 가격에 주는 악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철강업계는 수입산 열연강판 AD 제소 외에도 해외 철강기업과의 최저 수출 가격협정도 진행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AD 제소 이후 따르는 부담이 클 수 있다”라며 “제소 이전, 협상을 통해 최저 가격을 정하는 등 다른 방안도 나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수요 회복 아직인데…넋 놓고 당한 열연업계
2023년 국내 철강시장은 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 부진으로 제품 수요가 부진했으나, 열연강판 수입 물량은 도리어 크게 늘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이한 현상”이라며 “수요 부진에 따라 수입 물동량도 줄어야 하는데, 열연강판 수입량은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 수요가 코로나 시기 이전 대비 완전한 회복에 성공하지 못한 가운데 수입량만 대폭 증가한 상황이다. 2023년 11월 기준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199만톤으로 2022년 연간 실적을 30만톤 이상 뛰어넘었다. 중국산 수입도 130만톤에 근접하며 전년 실적 대비 20만톤 이상 증가했다.
가격 또한 국산 제품 대비 낮다.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산 열연강판 평균 수입가격은 톤당 588달러를 기록했으며 중국산 가격은 톤당 570달러다. 일본산 수입원가는 약 78만원, 중국산 약 76만원이다. 11월 당시 국산 열연강판 정품 유통가격은 톤당 80만원 중반대를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