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작심삼일(作心三日)

황병성 칼럼 - 작심삼일(作心三日)

  • 철강
  • 승인 2024.01.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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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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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하나인 대한(大寒)이 지났다. 대한은 음력으로 섣달에 들어 있어 한 해를 매듭짓는 절기이다. 예로부터 마지막 날은 절분(節分)이라고 했다. 그래서 절분날 밤을 해넘이라 하고, 콩을 방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었다. 절기상으로는 진짜 새해가 되는 것이다. 옛날에는 대한이 되면 세끼 식사 가운데 한 끼는 꼭 죽을 먹었다고 한다. 크게 힘쓸 일이 없는 농한기이므로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는 선조들의 정신이 담겨 있었다.

 겨울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해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매서워지고 대한에 이르러서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절기에 입각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는 1월 중순경이다. 그래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오히려 소한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춥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한은 여전히 칼바람이 매서운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다만 입춘(立春)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전령 역할에는 후한 점수를 준다.
 
 만물이 얼어붙어 죽은 듯한 땅에도 저 멀리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가장 추운 지점 바로 끝에 봄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한다. 콧등을 치고 달아나는 추위가 아직 몇 번은 남아 있지만 동토(凍土)의 땅 속에는 만물이 소생하기 위한 꿈이 영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언강이 녹고 골짜기의 얼음이 졸졸 시냇물로 흐르면 훈풍을 손님처럼 대동하고 봄을 인도할 것이다. 이 봄을 우리 조상들은 문을 활짝 열고 반갑게 맞이했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글귀를 대문에 써 붙이고 대한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우리는 절기상 새해를 두 번 맞는다. 양력과 음력을 다 쇠기 때문이다. 음력은 달이 지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한 달로 삼아 만든 달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음력을 쓰다가 1896년 1월 1일부터 고종의 명령에 따라 양력을 쓰게 됐다. 양력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일 년으로 삼아 만든 달력이다. 이집트에서 맨 처음 쓰기 시작했다. 중국 등 동남아에서 아직 음력을 많이 쇤다. 반면 양력은 서양에서 많이 쇤다. 우리는 양력을 쫓는 편이나 음력도 쇠고 있다. 설날이 최고 명절인 이유다.

설을 쇠고 나면 우리는 다짐 하나씩 한다. 새해 각오는 항상 굳은 결심이 동반된다. 그러나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은 허망이 깨지기가 일쑤다. ‘작심삼일’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이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새해 결심한 사람들 중 43%는 2월이 오기 전에 결심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고 한다. 결심 후 1주일 만에 두 손 드는 사람들도 4명 중 한 명 꼴이다. 결심 성공률은 불과 9%라고 한다. 이러니 새해 결심은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습관이 무서운 적이다. 너무 익숙하고 편한 것이 문제다. 나쁜 습관은 편안한 침대 같다고 했다. 들어가 눕기는 쉬운데,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은 허망이 허물어 지고 만다. 하지만 누군가는 작심삼일 할 때 누군가는 자신의 결심을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구슬땀을 흘리며 노동의 가치를 큰 목표로 삼는 노동자, 빈틈없이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 파수꾼, 외국어를 배우고자 새벽 학원을 다니고, 건강을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는 직장인 등 본받을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작심삼일은 게으른 사람의 전유물로 취급받는다.     

   설이 저만치 다가왔다. 또 다른 새해가 시작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과한 것은 오히려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크고 원대한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를 세워서 정진해 보자. 그러면 목표는 꼭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때로는 잠시 자신을 내려놓고 깊은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의 방편이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깨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동요를 부르며 설렌 마음으로 설을 맞이했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새롭게 시작되는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설레는 것은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해에는 금주를 목표로 세웠지만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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