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지난 1월에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 데 이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향후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정부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용 철광석 최적화 기술개발 사업을 글로벌 R&D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추진키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산업의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필요한 최적 원료 조건을 확보하고, 국내 사용 철광석의 70%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호주와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포스코의 파이넥스(FINEX) 기반의 고유기술이 경쟁국보다 제조원가·품질 등에 있어 우위를 가진 만큼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조기 안착시, 글로벌 저탄소 철강 시장 선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에 2026년부터 5년간 총 1조3,827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오는 3분기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인데, 과기부는 그 중에서 호주와 협력이 필요한 이번 사업이 예타와 무관하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보고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는 205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해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추진에 따라 수소환원제철 설비 하이렉스 (HyREX) 3기, 전기로 1기, 제강공장, 수소저장설비, 원료저장설비 등을 신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자사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100만 톤급의 실증 생산설비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제철소 내에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건설하고, 저탄소 원료인 ‘HBI(Hot Briquetted Iron)’ 사용을 확대하는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하이큐브(Hy-Cube)’ 기술의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 모두 미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일부 그린스틸 생산을 시작한 해외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는 상공정 업체들의 의지와 투자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다.
세계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전기분해제철 등 신공정 개발은 현재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탈탄소 철강생산 기술 개발을 시작했으며,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신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유럽과 일본 철강사들은 정부의 수백조 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 그린스틸 생산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고, 일부 철강사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 진입단계에 있기도 하다. 미국도 향후 8년 간 약 480조 원을 투입해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친환경 제철 기술 개발 필요성이 언급되었지만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강 생산의 70%가 고로-전로 방식이어서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린스틸 제조에 필수적인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산업 개조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우리로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상대적으로 늦어 자칫 글로벌 철강시장에서의 헤게모니를 쥐지 못할 우려가 있었던 상황이다.
아직 예타가 남아 있지만 더이상 철강산업 탈탄소화에 대한 지원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단순히 산업의 생산구조 변혁이 아닌 글로벌 산업의 방향성이 이미 정해진 것이고 향후 미래세대를 위한 반드시 이뤄내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든든히 뒷받침한 철강산업의 향후 존폐가 걸려있는 그린스틸 기술 개발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