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가 가득한 철강시장
고로 개수 시점 따라 수급 상황 달라질 수 있어
철강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일로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철강 수급 상황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고로 개수 시점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대내외 악재가 가득한 철강시장
철강업계에 따르면 탄핵 정국과 고환율, 전방위적인 국내 산업 부진의 영향으로 당장 내년 철강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시장 및 수요에 대한 예측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며, 최악 중의 최악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수급과 시황, 가격 등 모든 것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통상 국내 철강 수요는 5,000만 톤을 웃돌았으나, 올해 수요는 해당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철강 수요는 국내 경기 부진과 함께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매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협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철강 수요는 4,960만 톤대로 추정되며 내년 수요는 4,800만 톤대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호조를 나타내던 자동차와 조선이 약보합으로 전환하며 수요 감소 현실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국내 주요 산업군 구성이 중국의 주요 산업군과 유사한 탓에 2차 제품 수입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겹치지 않는 산업군이 없다”라며 “소재와 완제품 사업군이 겹치는 가운데 값이 저렴한 중국산 소재 조달 비중은 더욱 늘 것”이라 예상했다.
일례로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식화한 가운데 중국산 블록 수입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25일 실적발표회에서 “중국산 비중을 20%에서 25% 이상 늘려가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고로 개수 시점 따라 수급 상황 달라질 수 있어
내수 강재 소비량 감소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시장 위축 전망으로 국산 철강 수급 불균형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판재류 업계는 내년 예정된 고로 개수 기간에 맞춰 수급과 시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으나, 고로 개수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강 생산량 가운데 약 70%는 전로강이다. 고로의 경우 탄력적 운용이 가능한 전기로와 달리 공법 특성상 쇳물 생산을 한시도 멈출 수 없다. 탄력적 운용이 가능한 전기로의 경우 국내 수급 상황에 맞춰 제품 생산을 크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국내 판재류 업계는 내년 국내 철강 수급과 시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주요 제철소 고로 개수 기간 동안 수급 상황 해소와 가격 방어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고로 개수는 15~20년 주기로 진행된다.
철강업계 내부에선 내년 광양제철소와 당진제철소 고로 개수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제철소 고로 개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포스코 광양제철소 2고로는 내년 하반기 개수 작업 마무리를 계획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부분 개수로 4분기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제출된 포스코홀딩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수주한 광양 2고로 2차개수의 계약 기간은 2024년 2월부터 2025년 8월까지다. 다만 포스코는 광양 고로 개수와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라고 전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고로도 개수 시점을 대폭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3기의 고로 개수를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수를 위해 지난 2022년 포스코퓨처엠(당시 포스코케미칼)과 고로 개수를 위한 내화물 사업 업무 협약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1고로 개수를 2025년, 2고로 2027년, 3고로 개수를 2030년으로 계획했다. 다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제철은 1고로 개수 시점을 2030년으로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1고로 개수 시점 변동에 따라 남은 2~3고로 개수 시점도 뒤로 밀릴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로 개수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라며 “다만 개수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일정에 대해 논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