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열연강판價, 중국과 탈동조화 가능할까?…“가격 독립성 확보해야”

[이슈] 열연강판價, 중국과 탈동조화 가능할까?…“가격 독립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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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2.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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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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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끌려다니는 국내 철강 시장
철강산업 보호 위한 탈동조화 필요

중국 내수 철강 가격에 휘둘리던 국산 철강 가격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철강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4년 국내 철강 시황은 중국 철강 가격 급등락에 크게 흔들린 바 있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 대부분의 관계자는 제조사의 가격 방침보다 중국 철강 선물가격 동향이 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줬다며, 이와 같은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중국에 끌려다니는 국내 철강 시장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철강 가격과 동조화가 극심한 품목 중 하나는 열연강판이다. 통상 중국 철강 가격은 국내 가격을 선행하지만, 2024년 국내 열연강판 가격 흐름은 중국 내수 가격 흐름과 그 궤를 같이했다. 

2024년 국내 철강 가격과 중국 철강 가격 동조화가 더욱 심해진 것은 중국발 저가 물량 유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누계 기준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은 127만5,796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입량인 144만1,659톤 대비 소폭 줄었지만, 이미 2022년 전체 수입량을 초과한 상황이다. 
 

사진은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 제품. /현대제철
사진은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 제품. /현대제철

압도적인 물량과 함께 낮은 오퍼가격과 수입가격이 동조화를 이끈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 시장은 일부 저가 물량으로도 시장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라며 “하물며 중국산 저가 물량이 연간 100만 톤 넘게 유입되는 가운데 가격 또한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유입되며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키웠다”라고 설명했다. 

수입업계에 따르면 중국 철강업계는 매월, 매주 한국 철강시장으로 열연강판 오퍼(Offer)가격을 제시한다. 계약 체결 이후 통상 1~2달 뒤에 물량이 유입됨에 따라 가격시점 차이가 존재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시되는 오퍼가격은 1~2달 뒤의 수입가격”이라며 “다만 중국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릴 땐, 오퍼가격을 현재 시장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종종 있다”라고 전했다. 

일례로 2024년 8~9월 중국 철강업계의 한국향 열연강판 오퍼가격은 급락을 기록하며 톤당 450달러대(CFR)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당시 국내 철강 가격은 내수 수급 상황과 제조업계의 가격 방침과는 상관없이 급락을 기록하며 1달 사이에 톤당 5만 원 가까이 하락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외부 상황에 취약한 한국 철강시장의 문제점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한국 철강시장이 중국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는 열연강판 가격 인상에 나섰으나 실제 가격 인상 방침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시 중국 열연강판 선물가격과 오퍼가격이 경기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승하지 못하자 국내 가격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라며 “가격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철강산업 보호 위한 탈동조화 서둘러야 


철강업계는 최근 달러당 원의 환율이 1,470원을 웃도는 등 환율 변화로 인해 수입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계약에 나서는 업체와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물량 감소에 따른 영향력 약화가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다만 철강업계는 환율과 같은 일시적 시황 변화로 인한 탈동조화가 아닌 근본적인 방어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의 기초 소재인 열연강판 생태계 방어와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규제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수입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 제소가 탈동조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세계 철강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과 완전한 탈동조화를 이뤄낼 순 없지만, 내수 시장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 가격 흐름에 국내 가격이 흔들려선 안 된다”라며 “반덤핑 제소는 존립 위기에 처한 한국 철강산업의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비정상적 덤핑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흔드는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것”이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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