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동맹(同盟)은 없다

황병성 칼럼- 동맹(同盟)은 없다

  • 철강
  • 승인 2025.01.13 06:05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의 재등장에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이면 그의 임기가 시작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실제로 정책에 반영했던 1기 때를 우리는 기억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던 모습은 심술궂은 수전노를 연상하게 했다. 이러한 그의 정책은 국제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긍정적 변화와 갈등을 야기하며 거센 풍파를 일으켰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그의 재집권과 함께 다시 소환되고 있다. 우리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가 쉽다.  대책이 시급하다. 

이러한 와중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US스틸을 일본제철로 넘기는 것을 불허했다. 임기 종결을 앞둔 최후 결정이다. US스틸은 조강 능력이 세계 24위이지만, 미국산 철강을 상징하는 업체인 만큼 매각은 미국 사회에서 큰 쟁점이 됐다.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를 외국 기업에 매각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켠 반대 의견이 득세했다. 이에 결국 미국 대통령이 동맹인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중단 명령을 내리는 첫 사례가 될 공산이 커졌다. 

바이든의 이 같은 결정에 여기저기서 안 좋은 말이 나온다. 고위 참모 다수의 반대 의견을 묵살한 것이 문제다. 일부 참모가 US스틸 인수를 조건부로 막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일부 참모는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자 의지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수 불허가 미·일 관계에 부담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외국인 투자 순위 1위 국가가 일본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고언했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이 의견을 무시하고 불허 결정을 내렸다.

그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철강 생산 능력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기업(US스틸)이 필요하다”며 “이번 매각은 미국 최대 철강 생산업체 중 한 곳을 외국 통제에 두는 것으로 국가 안보를 비롯해 공급 망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판단”이라며 합리화하려  애썼다. 하지만 WP는 국내 경제를 담당하는 일부 참모와 대통령 정치 참모들의 인수 불허 의견은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인수에 반대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며 치적으로 삼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정(斷定)이 지금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도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일본제철 하시모토 에이지 회장의 일갈이 단호하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 개입으로 심사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하며 결과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불복 소송을 냈다. 일본의 민간 기업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 될 수 있지만 이 싸움을 하찮게 볼 수 없는 것은 쟁점의 중요성 때문이다. 제삼자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구경 꺼리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세계 이목도 집중되어 있다.

바이든이 물러나고 트럼프가 임기를 시작해도 불씨는 살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도 US스틸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후보시절 세금과 관세로 US스틸을 다시 강하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바이든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처럼 미국 우선주의는 정상적인 계약까지 물거품으로 만든다. 양 회사가 합의한 사항까지 국가가 나서서 무효화시키려고 한다. 그것도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잡는 주체인 미국이 이것을 어겼다는 것이 실망스럽다. 국가 위상에 먹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제 질서는 안중에도 없는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 중심의 질서가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각국이 더 독립적인 전략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은 미국이 단기적인 이익을 내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 신뢰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리더십 손상은 물론이다. 동맹국의 신뢰를 허무는 문제는 더욱 우려스럽다.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장 철강과 방위비 분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관련자들이 잠못 들게하는 고민이다.  

동맹은 없고 자국 이익만 우선하는 미국의 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국가가 많다. 그러나 1기 때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산업 보호에 기여한 점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대통령 당선의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도 미국 우선주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의 탄핵 정국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트럼프 2기에 대비해야 한다. 국익 앞에서는 동맹도 없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더욱 그렇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