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계도기간 종료, 유연한 정책 아쉽다

주52시간 계도기간 종료, 유연한 정책 아쉽다

  • 철강
  • 승인 2025.01.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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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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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로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던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이 종료됐다. 고용노동부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위반 비율이 전체 사업장과 비교했을 때 높지 않고, 위반사항도 평균 4개월 이내에 시정된 점을 고려하여 계도기간 종료를 알렸다. 하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위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해서 중소기업, 영세기업들이 주52시간 준수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불황형 흑자와 같은 착시효과가 3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시간 법 위반 통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다시 말해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인력수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중소사업장을 중심으로 법 위반에 노출되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일감이 없어 연장근로가 없는 기업도 있는 반면에, 여전히 자발적인 근로시간 통제가 불가능해 주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중소기업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거래처의 생산계획 변경, 긴급한 발주, 품질 이슈 등 여러 가지 예상 불가의 일들이 끊임 없이 발생한다. 
이때마다 협력중소기업들은 기계적인 주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지만 법 위반과 거래처와의 원활한 관계 유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문제가 반복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주52시간을 지켜서 일하는 고용부, 국회 환노위 담당 직원이 있는지 반문하며 우리(정부와 국회)도 지키지 못하는 주52시간제를 기업에게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별 기업의 문제로 떠넘겨서는 안 되고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에 대한 문제 인식을 정부에 주문한 것이다.

올해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국내 혼란스런 정치 상황과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글로벌 불안정성, 환율 급변동 등 대외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 안정성을 지향하는 기업의 특성 상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는 소규모 기업의 인력운용에 그나마 도움이 되던 정책을 없애고 불안정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군다나 즉각적인 정책 적용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설정됐던 2년의 계도기간 동안 중소기업들이 최우선 입법과제로 꼽았던 주52시간제 유연화 논의는 단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끼는 기업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 보인다. 
철강·비철금속 산업에서도 대기업이 큰 역할을 하지만 가치사슬망의 가장 큰 부분을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중소기업 현장에서 감지되는 분위기 중 하나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자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52시간제 도입 초반에는 많은 기업들이 전전긍긍하면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나섰지만, 이제는 적당히 현상유지하면서 사업하겠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경제성장 정체는 물론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고, 나아가 가치사슬망이 무너지며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각종 규제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하지만 항상 결과는 기대와는 달랐다. 근로시간 제도는 오히려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근로시간제도로 인해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해소하려면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경직된 제도를 근본적으로 유연화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경직된 근로시간제를 포함해 과도한 노동시장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자유도는 낙제점을 받고 있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 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현실에서 산업현장의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서는 주어진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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