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고려아연, 순환출자 승부수로 임시주총 승리

[종합]고려아연, 순환출자 승부수로 임시주총 승리

  • 비철금속
  • 승인 2025.01.24 10:07
  • 댓글 0
기자명 이원진 기자 wjlee@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회사 SMC, 영풍 발행 주식 10.3% 보유 근거로 순환출자 고리 만들어
상법상 상호주 제한 근거로 영풍 의결권 25.4% 제한…국면 전환 성공
고려아연 측 중요 안건,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제한 모두 가결 
영풍·MBK 강력 반발, 후폭풍 예고…“법적 대응 통해 원상회복 시킬 것”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측 중요 안건이 모두 가결되며, 고려아연이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 순환출자 카드로 영풍측 의결권 제한을 통해 이같은 실적을 거둔 가운데, 영풍 측은 시장 기만 행위라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예고했다.

지난 1월 2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고려아연과 영풍·MBK간의 임시주총이 열렸다. 당초 주총은 오전 9시에 진행될 것으로 공표됐으나, 중복 주식 집계 차질로 약 6시간 정도 개회가 지연됐다. 이날 주총 진행은 행사에 불참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대신해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맡아 진행했다. 

고려아연 측은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22일, 최윤범 회장 등이 기존에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매각함에 따라 순환출자에 따른 상호주(相互株) 제한을 근거로 들며 영풍이 지닌 주식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SMC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손자회사로, 상법상 자회사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되며, 법리상 영풍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해당, 이번 고려아연 주총에서 약 25.4%에 달하는 의결권 행사가 가로막혔다. 

주총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고려아연 이같은 주장에 나선 것은 열세를 뒤집기 위한 판단으로 사료된다. 주총 당일 기준 영풍·MBK의 의결권 지분은 46.72%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 대비 약 6~7%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역시 이같은 열세를 분명히 인지하고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카드를 선보였으나, 법원이 영풍 측이 제기한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안건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국면을 반전시킬 묘안으로 순환출자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순환출자 구조를 적용하며 영풍측 의결권 제한에 나서자 MBK는 고려아연 자회사인 SMC는 유한회사에 해당해 주식회사 간에만 적용되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BK는 “상법의 규정내용, 취지, 체계와 관련 조항의 규정 내용, 권리제한에 관한 해석 법리를 종합하면 상호주 의결권 제한규정은 주식회사와 유한회사 사이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표결에 앞서 진행된 토론 시간에도 영풍측은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영풍측 대리는 “단 2시간만의 법률 검토만 거치고 최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매우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라며, “고려아연 측이 근거로 든 상법은 외국 회사에 적용 되지 않는다며, 호주회사인 SMC가 주식을 일부 지니고 있다고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법리상으로도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의결권 제한은 법원의 판결 등 유권적인 해석을 통해 진행해아 된다”며 “이러한 갑작스런 의결권 제한은 주주와 시장을 우롱하는 행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고려아연 대리인은 “출석 주식의 권한 상당수는 의장이 갖는게 맞고 판례상 법원도 동의할 것”이라며 “법리 적용에 있어 한국 회사와 외국 회사를 분리하고 있지 않아 상법상 상호주 규제, 자회사의 모회사 주식 취득 금지 등에 대해 외국 회사도 적용된다는 것이 통설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또 다른 영풍 대리인은 “너무나도 부당한 해석이고, 고려아연 측의 주장대로 적법하다면 1~2달 전부터 장기간 준비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최윤범 회장측의 편법을 그대로 받아들여, 최대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매우 부당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엄포했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며, 기존 예측과는 다르게 안건 투표는 고려아연에게 유리하게 반전됐다. 심의가 진행된 8개 안건 중 6개 안건이 통과된 가운데, 총 996만주의 의결권 중 고려아연측 핵심 안건이었던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사 수 19명 상한 제안의 건이 70%가 넘는 찬성표를 받으며 가결됐다. 

구체적으로 1-1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에 약 689만(76.4%) 찬성표를, 또 다른 주요 안건이었던 1-2호 이사 수 19명 상한 제한의 건도 약 76.2%가 찬성하며 가결됐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찬성하는 주주들은 “주식 시장에 있어 대주주의 비중을 줄이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발행주식 액면분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4개 의안이 추가 가결됐다. 이와 달리 집행임원제 도입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며 부결됐다. 소수주주 보호 규정을 명문화하는 안건 역시 부결됐다.

또한 이날 임시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추천한 이사 7명이 전원 선임된 것과 달리, 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의 이사는 단 1명도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앞서 가결된 이사 수 19명 상한 제한에 의거,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8명, 영풍 측 이사 1명으로 변경됐다. 

임시주총 이후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와 국민연금 등 많은 주주들께서 고려아연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셨다”며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고려아연이 많은 주주분들의 지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록 임시주총에서 표결은 마무리됐지만 의결권 제한을 두고 영풍·MBK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후폭풍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24일 MBK는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임시주총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비록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위법적인 결과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소 및 원상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법적 조정을 암시했다. 

한편 영풍·MBK측의 주장대로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지 않을 경우, 가결한 안건이 무효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3월 고려아연의 정기주총이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