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강판, 수요 둔화 속 가격 약세
양회 이후 방향성 주목해야
글로벌 철강 시황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철강업계의 시선은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전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 시장의 특성상 그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올해도 중국 철강 시황이 불황을 이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중국 철강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 및 부동산 업황이 여전히 어려워 철강 수요 또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에스엔피 글로벌(S&P Global)에 따르면 올해 중국 철강 수요는 부동산 부문 약세와 인프라 투자의 둔화한 성장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에스엔피 글로벌은 “2025년 중국 철강 소비는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2024년보다는 양호하지만, 부동산 부문의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6.5%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철강산업은 여전히 공급 과잉이다. 이에 줄어든 내수 수요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철강업계의 제품 수출은 올해도 상당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틸오르비스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철강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22.7% 증가한 약 1억1천만 톤을 기록했다. 특히 2024년 수출량은 9년래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중국 최대 철강기업 바오스틸은 지난해 기준 600만 톤 수준은 연간 제품 수출량을 2028년까지 1천만 톤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철강업계는 중국 가격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시황을 흔든 저가 중국산 유입이 올해도 이어진다면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상항이다.
◎ 열연강판, 수요 둔화 속 가격 약세
2025년 1분기 중국 철강 시장은 전반적인 수요 둔화와 가격 약세가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품목인 열간압연강판, 후판, 철근의 가격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 글로벌 경제 둔화,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중국 철강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2월 중국 내수 열연강판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약 14.9% 하락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제조업 성장 둔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지난해 연초 중국 내수 열연강판가격은 톤당 4,000위안을 웃돌았으나, 2분기 이후 점차 하락했으며 3분기에는 3,100위안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다만 지난해 9월 이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와 맞물려 열연강판 가격은 서서히 회복했으며 최근 가격은 3,400위안을 중심으로 횡보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중국 춘절 이후 열연강판 가격이 성수기 시장 진입에 따라 회복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현재 가격은 약보합을 기록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판매와 부동산 개발 투자가 감소하면서 열연강판 수요가 줄어들었다”라며 “자동차 및 가전 산업의 생산량 감소 등 제조업 성장 둔화도 기초 소재인 열연강판의 수요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철강 수요 약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중국 열연강판 가격 흐름에 악영향을 준 모양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장벽 확대가 중국산 열연강판의 해외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올해 전체 수출량 또한 전년 대비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전망했다.
철강업계는 한국향 열연강판 수출가격이 당분간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수요 부진과 글로벌 경기 둔화, 환율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 및 제조업 분야 투자 감소는 결국 철강재 수요 둔화로 이어진다”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신용평가사 에스엔피 글로벌(S&P Global)은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6%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철강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 양회 이후 방향성 주목해야
오는 3월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两会, 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매년 양회에서 발표되는 경제 정책은 중국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철강산업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양회에서 제시되는 경제 목표와 부양 정책은 철강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주요 정책 변화에 따라 업계의 생산 및 가격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과거 양회에서는 ‘신형 인프라(新基建)’ 및 ‘도시화 촉진’과 같은 대규모 건설 및 인프라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철강 소비가 증가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양회에서는 경제 성장 목표와 인프라 투자, 부동산 시장 정책 변화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5% 내외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이 포함될 경우, 철강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교통망 확충, 신도시 개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이 집중 투자 분야로 거론되면서 철강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철강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 및 부동산 업황에 따라 중국 철강시장의 방향성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개발 및 주택 건설 활성화 정책이 추진된다면 건설용 철강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조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경우, 철강 수요 증가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 확대 및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다만 환경 규제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새로운 미국 행정부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는 중국 철강 시황 개선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