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이 멈추면, 일상도 멈춥니다

쇳물이 멈추면, 일상도 멈춥니다

  • 철강
  • 승인 2025.06.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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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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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 만난 한 대학생은 “철강회사요? 약간 옛날 산업 느낌이죠”라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기자 입장에선 낯설지 않은 반응이다. 전시회, 채용박람회, 간담회 현장에서 비슷한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단단하지만 낡아 보이는 산업’, 요즘 철강이 청년 세대에게 비치는 이미지다. 그럴 법도 하다. 스마트폰 속엔 자율주행차, 우주산업, AI 반도체 같은 키워드가 쏟아지는데 쇳물, 압연, 코일은 어딘가 현실의 바깥에 있다.

심지어 ‘철강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도, 더는 절실하게 들리지 않는다. 당연했던 존재가 설명을 요구받는 순간, 산업은 말문이 막힌다.

요즘 철강업계는 점점 더 ‘설명하는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기업들은 ESG 홍보와 친환경과 관련된 공모전을 열고 각 사 유튜브와 캠페인엔 ‘친환경’과 ‘스마트’ 같은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게 정말 인재 유입으로 이어지는지 체감은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산업은 여전히 기술을 말하지만, 청년은 감성을 보고 있다.

이 둘의 언어는 아직 완전히 만나지 못했다. 기자가 보기에 지금 철강업계가 마주한 진짜 위기는 인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 산업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은 진보하고 제품은 진화했지만, 그걸 사람의 언어로 풀어내는 목소리는 아직 부족하다.

철강은 늘 산업의 기초를 담당해 왔지만, 요즘은 그 역할마저 새롭게 설명해야 하는 시대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도, 그것을 이해시키고 전달할 언어가 없다면 산업은 외면받는다. 지금 철강업계에 필요한 것은 기술 이상의 ‘소통 전략’이며, 그 시작은 이 산업의 가치를 다시 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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