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꿈

황병성 칼럼 -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꿈

  • 컬럼(기고)
  • 승인 2025.06.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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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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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인가, 아니면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대부분 사람은 후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행운도 따라야겠지만 노력 없이 부자가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수없이 확인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부자가 된 졸부(猝富)도 있지만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마침내 가능하다. 옛날에는 부자를 가리켜 ‘천석꾼 만석꾼’이라고 불렀다. 한국 부자의 원류는 서부 경남 ‘남강’이라고 한다. 이 남강에는 정암(鼎岩:솥바위)이라는 기묘한 바위가 하나 솟아 있는데 세인들은 이 바위를 ‘부자바위’라고 불렀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던 한 도인이 남강 물속 정암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 20리 부근에서 세 부자(富者)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예언대로 훗날 세 부자가 탄생했다. 삼성그룹 이병철, LG그룹 구인회, 효성그룹 조홍제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창업주이다. 이병철 회장은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태어났고, 구인회 회장은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서 태어났다. 조홍제 회장은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서 태어났다. 모두 20리에 근접한다. 세월이 흘러 이 세 사람은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을 창업해 최고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꿈이다. 세속의 물욕과 거리를 두고 사는 종교인들은 예외일 수 있다. 하지만 부의 상징인 백만장자(百萬長者)가 소원인 사람이 많다. 이것을 돈의 액수로 따지면 미화 백만 달러 이상이다. 한화로는 약 14억 원 이상이다. 옛날부터 부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부를 이룬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불철주야 피땀 어린 노력으로 백만장자가 되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졸부가 아니라면 당연히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옛날과 다른 지금 백만장자는 더는 큰 부자라고 할 수 없다. 강남의 아파트 한 채가 30억 원을 호가한다. 달랑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평가할 수 없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백만장자가 맞다. 하지만 이것은 물가 상승이 불러온 무늬만 부자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의 백만장자 수가 2025년 현재 13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10번째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가이다.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상징적인 의미로만 통한다.

백만 달러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절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현재 상대적인 가치 인식으로는 부자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지만 몇백 년이 흘러 자연스레 인플레이션이 높아진 부분, 1인당 국민총소득(GNI)가 급격하게 상승한 부분 등을 고려해도 2020년 기준 전 세계 상위 0.7%, 국내 상위 2%가 이에 해당한다. 그 수가 많지 않음을 자료가 증명한다. 사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만 해도 백만 달러는 사람이 평생 모으지 못할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때는 부자가 맞고, 지금은 아닐 뿐이다.

부자의 조건은 돈을 대하는 태도다. 특히 그룹을 일으킨 재벌들이 본보기다. 재벌 1세는 맨땅에 헤딩했기에 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재벌 2세는 자기 부모가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물려받은 기업을 크게 키워내거나 위기를 겪어봤기에 돈의 무서움을 잘 안다고 한다. 그러나 재벌 3세는 태어나 보니 초일류 기업 금수저라서 자기가 돈이 많은 것을 당연히 여긴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부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대가로 얻어진다는 것을 실감한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났고 허투로 쓰지도 않은 것도 타고났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검소하기로 유명했다. 구멍 난 양말을 직접 기워 신을 정도로 절약이 몸에 뱄다. 이것이 대기업을 일구고 부자가 된 원동력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하루아침에 졸부가 된 사람이 많다. 그들을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은 과정이 생략된 벼락부자이기 때문이다. 근검절약과 노력으로 일군 것이 아니라 불로소득이 주를 이룬다.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내막은 탐탁하지 않다. 그들은 씀씀이도 건전하지 않다. 진정한 부자와 대비된다. 부자는 절약도 하지만 쓸 때는 쓰는 건전한 소비를 최우선으로 한다.

새로운 정부의 공직자 후보 중 백만장자가 많다. 청문회를 통해 부를 쌓은 내막이 밝혀지겠지만 스스로 속 시원히 밝히는 후보자가 없는 것 같다. 부를 이룬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 굳이 감출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부자는 절대 선은 아니지만 절대 악도 아니다. 떳떳한 부자만이 백만장자의 자격이 있다.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백만장자의 꿈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꿈이 제발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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