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니오 인수 적정성 검증 위한 법적 증거 확보 본격화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PedalPoint Holdings)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법정 증언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현지시간 16일, 페달포인트 임원들을 상대로 한 영풍 측의 증언 요청을 신속히 인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페달포인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함 모 씨와 시니어 매니저 하 모 씨의 증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은 고려아연의 미국 폐기물 수거업체 이그니오(IGNIO) 인수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달 2일에도 같은 법원은 이그니오 인수 관련 문서 제출과 페달포인트 법인 대표의 증언을 허용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영풍과 MBK는 핵심 경영진의 추가 진술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이그니오 인수 의혹 규명을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최윤범 회장이 경영대리인으로 있던 당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이그니오를 약 5,800억 원에 인수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 거래로 이그니오의 매도자가 투자금 대비 약 100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으며 고려아연은 부당한 인수로 인해 주주 이익이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이번 미국 법원의 결정은 영풍 측이 미국 연방법 제1782조에 따라 한국 내 주주대표소송에서 사용할 증거 확보를 위해 요청한 사법적 협조에 따른 것이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영풍의 신청을 타당하다고 판단하며, 결정문을 통해 “페달포인트의 재무자료는 이그니오가 과대평가된 가격으로 인수됐음을 보여줄 수 있으며 고려아연 이사들이 해당 거래에 대해 적절한 실사를 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기업 가치를 수용했음을 입증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단순한 문서 확보를 넘어, 이그니오 인수에 실무적으로 관여한 경영진의 증언까지 가능해지면서 주주대표소송을 보다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자료 확보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