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넋놓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넋놓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 철강
  • 승인 2025.08.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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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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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철강·알루미늄·구리에 한해 관세 50%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이미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더 큰 악재를 맞았다. 일본, 유럽연합(EU)도 철강 관세만큼은 낮추지 못해 미국의 철강산업 지키기의 완고한 의지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쿼터제 부활 등의 대체방안을 제시했지만 50% 관세를 피하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이른바 ‘K-스틸법’ 입법을 추진하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50%라는 거대한 관세의 장벽과 내년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주요 수출국에서의 수입규제 강화 등 대외 수출환경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이러한 장벽을 넘어 우리 철강산업이 반등을 모색하려면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책들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 주요 기간산업인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 '시장 논리'에 기반했지만 이제는 '경제 안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단순히 저가 수입 철강재로 인해 시장 왜곡, 교란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건축 구조물 사고와도 연계된 사회적 비용 절감의 명문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철강현대화법(Steel Upgrading Act)’이나 EU의 ‘철강·금속산업실행계획’과 같은 글로벌 규제 트렌드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 안보, 국방, 발전 소재 등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 수입재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화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은 고대의 용광로에서 현대의 AI 제철소까지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진화를 거듭해 왔다. 1918년 경 이포제철소설립으로 시작되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인프라가 초토화되었다. 전후 복구를 위해 1956년 대한중공업(현 현대제철)이 50톤급 평로를 가동하며 재정비에 나섰고, 이에 앞서 1954년에는 동국제강이 민간 최초로 전기로 설비를 도입하며 태동기를 열었다. 6.25 전쟁 폐허 속에서 세계 최강의 철강산업 국가로 한국기적을 만들었다. 

한국 철강산업의 결정적 전환점은 1973년 포항제철 1기 준공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철강공업육성법(1970)과 대일청구권 자금을 기반으로 한 일관제철소 건설로 상·하공정의 불균형을 해소하며 자립생산 체제 구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후 1980년대 광양제철소 확장과 2000년대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투자 등으로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 2010년 기준 조강생산 4,857만 톤(세계 6위)을 기록하며 질적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 철강산업의 위상은 점차 높아졌다. 세계 철강산업은 지난 18세기 영국에서 석탄과 철광석을 결합한 코크스 제철 기술로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본격적으로 부흥했다. 영국은 19세기 후반까지 세계 철강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19세기 말 미국과 독일이 대규모 전로법(轉爐法)과 전기로 기술을 도입하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 영국을 추월했다. 20세기 중반 미국이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했으며, 1970년대 이후로는 일본과 한국이 고품질 강재 생산으로 시장을 재편했다. 지금은 세계 생산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신흥국 중심으로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일인 당 조강소비는 압도적인 세계 1위에 있지만 한국 철강산업의 볼륨은 이전보다 축소됐고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철강산업은 위기를 딛고 다시 최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술 혁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철강산업의 친환경·초정밀 철강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안보' 관점에서 철강산업을 지키려는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발의된 'K-스틸법' 추진이 발빠르게 이뤄저야 하는 이유다. 발의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실제 현장에 최종 적용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K-스틸법'에 여야의 입장 차이가 없는만큼 패스트트랙 처리도 고민해야 한다. 

최근 철강업체가 밀집돼 있는 포항, 광양, 당진 등 소위 '철강도시'들은 앞다둬 산업위기 선재대응지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활용가능한 모든 행정 지원을 다해 달라는 것이다. 위기 극복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정부는 산업위기 선재대응지역부터 지정하고 단계적이고 신속한 지원 정책을 펼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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