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사가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른바 “나 때는 이랬는데”라고 하는 꼰대 문화가 특히 그렇다. 시대는 급속히 변해 가는데 옛 문화만 고집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특히 직장 문화가 그렇다. 30여 년 전만 해도 직장은 수직적 문화가 대세였다. 마치 군대 문화를 옮겨 놓은 것처럼 서열 중심이었다. 그래서 상사의 말이라면 아무리 불합리해도 우선 “네 알겠습니다”하고 본다. 이 문화는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이 더 많았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와 생각하면 확연하다.
이 문화에 익숙한 직장인이 ‘리더’가 되었다. 이들이 합리적인 상사로 바뀌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전형적인 ‘꼰대’가 되어 나타났다. ‘내가 신입사원 때는, 대리 때는, 과장 때는 이랬는데 너희들은 왜 못하냐’는 식의 간섭이 부하 직원들의 심기를 몹시 거슬리게 했다. 상호 존중하는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일방적인 수직적 문화가 유령처럼 배회했다. 당연히 부작용이 뒤따랐다. 업무 효율성도 떨어졌지만, 구성원들의 잦은 이직이 문제였다. 이것은 곧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인공지능(AI)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상사는 어떠한가? 특히 MZ 세대가 직장의 주축인 요즘은 리더의 처신이 더욱 중요해졌다. 주장이 강한 세대들이기에 그들 눈높이에 맞추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개성이 넘치는 것이 MZ 세대이다. 리더들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다. ‘회사 보고 들어와서 상사 보고 떠난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까다로운 MZ 세대들의 눈높이 맞추기란 어렵기 그지없다.
MZ 세대들에 존경받는 상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갖 생각이 교차할 것이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눈치 없는 상사가 되지 말자는 것이다. 사무실과 사석에서 유난히 정치 이야기만 하는 상사가 있다. ‘결혼을 왜? 못했느냐?’ 등 부하 직원의 약점을 콕 집어 얘기하는 상사도 있다. 모두 직원에게는 꼴불견이다. 이것이 불편한 것은 사적인 것도 문제이지만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직원에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 상사는 이 문제보다 더욱 심각하다.
또한, 상사는 유능한 직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능한 직원이 밑에 있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상사들은 유능한 직원의 발굴에 여념이 없다. 상사들이 이뻐하는 직원은 정해져 있다. 간단하다. 똑 부러지게 일을 잘하면 된다. 좋은 대학교를 나온 것도, 번지르르하게 말을 잘하는 것도, 잘생긴 것도 소용이 없다. 나의 일 처리가 상사나 동료에게 인정받는다면 그 직원을 싫어할 리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이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상사의 자리는 몸은 한가해 보이나 마음은 바쁘다. 위에서 수시로 떨어지는 일, 기존 업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로 항상 노심초사(勞心焦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윗사람을 신경 쓰이게 하지 않는 직원은 믿음직스럽고 신뢰가 간다. 반대로 지시한 업무에 진척이 없고, 결과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직원에 대한 상사의 실망은 클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상사는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자신도 그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혜로움과 성실함이 결과를 좌우한다.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이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나와 너무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상사는 큰 책임이 따른다. 필요한 것은 공부다. 구성원들이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하는지 알려는 노력, 이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마음, 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 등의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로부터 존경받는 상사가 될 수 없다. 비록 최고경영자의 인정을 받을지라도 그것은 영속하지 않음을 수없이 봐왔다. ‘슬기로운 직장 생활’은 상사와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제갈량이 쓴 병법서 ‘장원(將苑)’에는 리더의 자격 편이 있다. 그는 일에 두서가 없고 일을 시작하면 쉽게 당황하는 사람, 자기 생각이 확고해 세상의 흐름에 둔감하거나 자신이 원치 않는 타자의 말에 귀를 닫는 사람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유연성이 없는 딱딱한 원칙론자는 전쟁에 승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조직의 명운을 좌우하는 리더는 무조건 실력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장수 한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군사들은 몰살당한다. 직장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