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두면 불길 유출, 끝단 막으면 내부 신문지 발화
"우레탄 패널 성분 고려하면 기준, 특히 가혹해"
우레탄 패널 점유율 10% 아래로 뚝…수입도 안돼

준불연 샌드위치 패널에게 있어 실대형 화재성능 측정 시험(KS F ISO 13784-1)은 지나칠 수 없는 관문이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험 기준이 우레탄 패널에 특히 가혹한 구조라고 주장한다.
폴리우레탄을 단열재로 사용하는우레탄 패널은 같은 유기단열재 패널인 준불연 EPS 패널보다 내화성이 우수하다.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 패널 대비로는 단열성과 물리적 내구성이 뛰어나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우레탄 패널은 샌드위치 패널 시장 내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3~2012년 우레탄 패널의 시장 점유율은 12.8%에 달했다. 이후에도 10년도 중후반기까지는 10%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꾸준한 수요를 기록해 왔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시장 점유율이 꺾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단 4%만의 점유율을 보이며 침체를 알렸다.
업계는 우레탄 패널의 급격한 기세 저하를 두고 국토부의 품질인정제도 도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국토부는 복합자재 품질인정제도를 도입하며 샌드위치 패널의 내화 기준을 한층 올렸다. 해당 제도 도입에 따라 샌드위치 패널이 법령이 정한 건축물에 시공되려면 반드시 품질인정서를 획득해야 한다.
제도의 핵심은 실물모형시험이라고도 불리는 실대형 화재성능 측정 시험 KS F ISO 13784-1다. 준불연 패널의 품질인정획득을 대상으로 하는 해당 테스트는 패널 샘플을 대상으로 한 기존 내화 테스트와 달리, 모형을 대상으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자재뿐만이 아닌 구조에도 내화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까다로운 테스트 기준,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돈은 유기단열재 패널 업계에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EPS 패널은 준불연 EPS를 통해 그럭저럭 대안을 찾아가며 적응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기준 EPS 패널의 시장 점유율은 60% 수준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유기단열재임에도 우레탄 패널의 시험 적응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시험 기준, 우레탄 단열재 구조에 가혹

국토부 고시 판정기준에 따르면 KS F ISO 13784-1는 ▲시험체 개구부 외 결합부 등에서 외부로 불꽃이 발생하지 않을 것 ▲시험체 상부 천정의 평균 온도가 650℃를 초과하지 않을 것 ▲시험체 바닥에 복사 열량계의 열량이 25kW/㎡를 초과하지 않을 것 ▲시험체 바닥에 신문지 뭉치가 발화하지 않을 것 ▲화재 성장 단계에서 개구부로 화염이 분출되지 않을 것 등 5가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KS F ISO 13784-1는 미국의 화재 모형 시험인 NFPA에 착안해 고안된 시험이다. 하지만 평가 기준은 NFPA 대비 훨씬 엄격하다. 열 출력이 최대 300kW에 달해 NFPA의 2배 수준인 데다 시험 시간 역시 20분으로 NFPA 대비 5분 길다. NFPA의 경우 위 5가지 중 2가지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부적합 판정을 내리지만, KS F ISO 13784-1 시험은 단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못할 시 부적합으로 판정한다.
시험 현장에서는 열 출력이 매우 강한 탓에 패널 단열재의 끝부분 탄화가 자주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탄화된 틈 사이로 불길이 새어나가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패널업체는 탄화가 발생하는 끝단을 강화해 불길 유출을 막고 있다.
하지만 단열성이 뛰어난 우레탄 패널에 이를 적용할 경우 열이 단열재 안에 갇힘으로써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바닥 신문지 뭉치에 불이 붙게 된다. 물론 내부를 제외하면 천장이나 바깥의 온도 상승은 매우 적다.
이와 달리, EPS 패널은 끝단을 강화하더라도 바닥 신문지에 불이 붙을 위험이 적다.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불연성을 지닌 폴리우레탄과 달리, EPS는 단열재의 준불연 성능을 더하기 위해 단열재인 스티로폼 알갱이에 난연재를 코팅한다. 때문에 열이 가해지면 난연재가 감싸고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는 탄화돼 재가 된다. 결국 땔감 역할을 할 물체가 사라짐으로써 바닥 신문지에 불이 붙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런 기준이 진정한 의미의 화재 안전 자재를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난연 코팅을 제외한 단열재 성분 자체가 다 재가되면 샌드위치 패널의 형태는 당연히 유지될 수 없다. 이는 구조물의 내구성을 크게 악화시켜 화재 심화, 심할 경우 구조물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유기단열재인 준불연 EPS패널의 시험합격률이 40%가 넘는 데 반해, 우레탄 패널의 합격률은 10% 내외 수준"이라며 "우레탄 패널에 특히 가혹한 시험 방식이 국내 우레탄 패널 산업을 사양길로 이끌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내구성과 단열성을 지닌 우레탄 패널이 필요한 현장이 많으나, 품질인정 문제로 생산이 크게 줄어 유통이 힘들다"며 "수입산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까다로운 국내 시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들여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