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 핵심 시장 봉쇄…中 철강, 관세 장벽에 수출 패러다임 흔들

[이슈] 20% 핵심 시장 봉쇄…中 철강, 관세 장벽에 수출 패러다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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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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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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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열연강판 관세 폭탄, 對韓 물량 반토막 가시화

한국과 베트남이 연이어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철강 교역의 균형점이 바뀌고 있다. 두 나라의 차단 효과는 단순한 물량 축소를 넘어, 후판·열연강판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수급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와 동남아 각국의 반덤핑 확산까지 겹치며, 글로벌 철강 무역은 중국발 공급과잉 속에서 새로운 축을 짜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 韓 ‘K-스틸법’·AD 폭탄, 中 후판·열연 수출 반토막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8월 제출된 ‘K-스틸법’을 통해 철강을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보조금·특구·무역 규제까지 포괄하는 강력한 보호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고로 제조사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같은 녹색 전환 프로젝트에는 수조 원대 지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동시에 수입재 규제 조치와 반덤핑 강화를 제도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과 베트남이 연이어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철강 교역의 균형점이 바뀌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이 연이어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철강 교역의 균형점이 바뀌고 있다.

법안 자체는 녹색 전환과 산업 보호의 제도적 ‘틀’을 제공하지만, 중국 철강업계에 즉각적 타격을 주는 건 반덤핑 관세다. 한국은 이미 후판에 최대 34.1%, 열연에는 9월 23일부터 잠정 29~33%대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산을 직접 겨냥했다.

2024년 중국의 대(對) 한국 철강 수출은 총 1,021.4만 톤으로 국내 전체 철강 수요의 20% 차지했다. 특히 후판은 138만 톤, 열연 164만 톤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올해 하반기 중국산 철강재 대상 반덤핑 관세가 본격화하면서 두 품목의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상실됐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수출량은 80만 톤 이하로 반토막 날 가능성이 크다.

후판은 조선·플랜트·건설 등 전방산업의 핵심 소재로,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하지만 중국산은 30% 이상 고율의 관세가 얹히며 수요 기반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열연강판 역시 건설·기계·재압연 업계에서 수입 비중이 컸지만, 잠정부과만으로도 시장 거래가 급속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 베트남까지 규제 동참…역내 견제망에 갇힌 중국 철강?


이와 함께 중국 철강업계가 더 주목하는 건 역내 이중 압박이다. 베트남은 2025년 2월부터 중국산 열연강판에 19.38~27.83%의 관세를 부과했다. 2024년 중국의 베트남향 열연 수출은 730만 톤으로 전년 대비 58% 급증했으나, 이제는 감소가 불가피하다.

한국과 베트남은 중국 철강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두 나라가 동시에 관세 장벽을 세우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사실상 역내 견제망에 갇힌 셈”이라며 “단순한 물량 조정이 아니라 수출 구조 자체를 흔드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건설용 철근·후판 수요가 크게 줄었고,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 여력 축소로 공공 프로젝트 발주도 위축된 상태다. 자동차·가전 등 제조업도 내수 소비 둔화로 생산 확대에 소극적이다. 실제로 8월 조강 생산량은 7,737만 톤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1~8월 누적 생산량도 2.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 소비가 회복되지 않자, 중국 철강업계는 수익 확보를 위해 수출에 더 의존하고 있다. 올해 중국 철강 수출은 1억 1,5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9% 늘어 사상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한국·베트남의 동시 견제, 미국의 50% 관세, 동남아 각국의 반덤핑 확산이 겹치며 ‘물량은 늘지만 수익은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중국 철강업계는 대응책으로 동남아 현지 투자와 반제품 수출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더룽철강·칭산그룹·난징철강 등이 대규모 제철소를 건설 중이고, 말레이시아·베트남에도 합작 및 증설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2030년까지 동남아에서 9,100만 톤 이상의 신규 생산능력이 추가될 것으로 본다. 이는 포스코급 제철소 네 곳이 새로 생기는 규모다.

반제품 전략도 뚜렷하다. 2025년 1~5월 중국의 빌릿 수출은 472만 톤,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완제품에 대한 관세를 피하고 재압연을 통해 우회 수출하려는 의도다. 다만 중국강철협회(CISA)는 “빌릿 수출이 지나치게 늘면 내수 고부가 산업이 위축된다”며 상한 설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이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면, 실제 시장에 충격을 주는 건 반덤핑 조치”라며 “두 요소가 겹치면서 중국산 열연강판과 후판 수입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한국·베트남 등 주요국 시장 위축으로 중국의 물량은 제3국에 공급과잉을 유발해 글로벌 철강 가격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라며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동남아 현지 생산 기지 확대나 반제품 수출 확대 같은 전략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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