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광물가격 하한제’가 던진 숙제

미국發 ‘광물가격 하한제’가 던진 숙제

  • 철강
  • 승인 2026.02.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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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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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주도의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이 출범하며 ‘핵심광물 가격 하한제’가 예고됐다. 이는 전 세계 자원 흐름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자원 안보를 위해 보조금 지급이나 전략 비축량 확대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카드는 차원이 다르다.

핵심 광물의 생산·정제 단계별로 최소 가격선을 설정하고, 이를 하회할 경우 관세를 부과해 가격을 강제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했던 서구권 광물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되살리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시장 원리에 맡겼던 가격 결정권이 국가의 손으로 넘어오면서, 이제 자원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안보 자산’으로 격상됐다. 미국이 제안한 ‘특혜 무역 블록’은 결국 공급망을 진영별로 쪼개겠다는 선언이어서 시장은 역내 가격, 역외 가격, 그리고 중국산 가격이 공존하는 파편화 된 다층적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한국의 핵심 먹거리인 AI 반도체 산업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그간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광물(게르마늄, 갈륨 등)에 크게 의존했는데 가격 하한제가 도입되면 저렴한 중국산을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동맹국산’ 광물을 구매해야 한다. 이는 AI 반도체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고비용 공급망의 고착화’라는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자립을 위한 ‘탈중국 독립 공급망’ 구축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이는 고려아연이 게르마늄과 갈륨 생산 투자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다. 미국이 제안한 ‘프로젝트 볼트’는 120억 달러 규모의 펀드로 가격을 방어하는 것이다. 한국은 올해 FORGE 의장국을 맡았기에 기업들이 이 블록 내에서 비싼 광물을 구매하는 대신, 미국 수출입은행(EXIM)의 저리 금융 지원이나 세액 공제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특혜 무역 지위’를 확고히 하는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일본은 인도,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호주와 같은 자원 부국과의 자원 외교를 가속화하며 중국 의존도(90%→58%)를 낮춰왔다. 우리 정부도 최근 33종의 핵심 광물을 지정하고,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호주, 탄자니아를 3대 전략 거점으로 삼으며 공급망을 분산시킬 계획이다. 이는 중장기 정책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 핵심 광물은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라 국가의 명운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이 되었다. 희토류나 희소금속뿐 아니라 구리와 같은 산업용 금속까지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비용 공급망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이 비용을 ‘안보 분담금’으로 수용하면서도, 기술 혁신을 통해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고 공급망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정교한 국가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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