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도시광산’, 더 이상 선택 아닌 국가 안보로 인식해야

[대장간]‘도시광산’, 더 이상 선택 아닌 국가 안보로 인식해야

  • 비철금속
  • 승인 2026.03.02 06:05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상담 창구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한다. 핵심광물 비축물 대여 문의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산업계가 처한 ‘자원 가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6배, 풍력발전은 가스발전보다 9배나 많은 광물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러한 ‘광물 대식가’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40년 핵심광물 수요가 현재의 4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막대한 수요의 끝에 중국이라는 거대 자원국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우리 정부가 지정한 33개 핵심광물 중 절반에 가까운 16개 품목의 최대 수입국이다. 반도체 필수 요소인 인듐은 88%, 2차전지 핵심인 리튬은 71%를 중국에 의존한다. 인듐처럼 대체재가 없는 광물 공급이 끊긴다면 우리의 공장은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가격 변동성이라는 파고까지 덮쳤다. 리튬 가격은 1년 새 ㎏당 14.9달러에서 10.1달러로 떨어졌다가 다시 17.2달러로 치솟았다. 고사양 전기차 한 대에 60㎏의 리튬이 들어가는데, 이러한 가격 변동은 기업의 사업계획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구매력이 약한 중소·중견기업들에 이 파도는 생존을 위협하는 쓰나미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재자원화’다. 해외 광산 지분에 매달리는 것만큼이나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는 자원을 다시 쓰는 ‘도시광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정부는 핵심광물 재자원화율 2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이를 ‘통상으로 지키는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로 격상시켰다. 단순히 “재활용을 잘하자”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제도·인프라를 뜯어고치고 있다.

우선 재자원화 산업을 제조업으로 명확히 분류해 각종 세제 혜택과 공장 설립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다. 또한 수입 광석처럼 재자원화 원료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고, ‘폐기물’이라는 낡은 굴레에서 벗어나 ‘순환 자원’으로 인정받는 길을 넓히고 있다. 주요 광물의 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와 통계 시스템을 구축해 정책의 정밀도도 높인다.

특히 2030년 이후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증할 시점에 대비해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과 재생원료 인증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를 뒷받침할 금융 지원 체계도 마련했다. 10조 원 규모의 공급망 안정화 기금이 본격 가동 중이며, 광해광업공단는 기업당 최대 5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 보조금을 지원한다. 

자원 안보는 더 이상 외교적 수사(修辭)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이윤이자 노동자의 일자리이며, 국가의 주권에 해당한다. 그래서 ‘재자원화’는 환경 보호라는 도덕적 의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파와 민간의 기술 혁신이 맞물려 대한민국이 자원 빈국에서 ‘재자원화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