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부터 시행될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의 청사진을 드러내며 글로벌 산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 허리인 철강산업은 단순히 ‘중국발 과잉 공급’을 걱정하던 시대를 지나 ‘기술과 친환경’이라는 더 높은 파고를 마주하게 됐다.
양회(兩會)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제15차 5개년 계획’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한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은 이번 계획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는 과거 ‘노동집약적이고 자원소모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친환경 기술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특히 세계 철강 생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산업의 대전환은 한국 철강업계에 ‘생존의 숙제’를 던진다.
중국 철강산업의 15차 5개년 계획은 크게 친환경 전환(GX), 산업 구조조정, 제품 고급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석탄 기반 고로 공정을 저탄소 공정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탄소발자국 산정 체계를 표준화해 글로벌 환경 규제에 정면 대응하면서, 부실 기업을 퇴출하고 대형사 중심 인수합병을 통해 상위 업체 위주로 시장을 재편해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이 아닌 관리된 생산체제로 돌입한다.
또한 첨단 산업에 쓰이는 특수강과 고부가가치 강재 생산에 R&D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강철공업협회는 2025년 한 해에 ‘세계 최초’로 분류되는 철강제품을 20여 종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4차 5개년 계획 이후 업계 연구개발비 누적 6,000억 위안(한화 127조 6,020억 원)을 넘었고, 관련 표준 1,300여 건이 발표됐으며, 유효 발명 특허는 4만2,600건으로 2020년 대비 94.5%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한국 철강산업에 양날의 검이다. 감산 기조는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해소해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품질 경쟁력 강화로 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향은 명확하다. 우선 기술의 초격차다. 수소환원제철(HyREX) 등 차세대 친환경 공법 상용화를 서둘러 중국이 추격하기 힘든 에너지 효율과 탄소 저감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고도화도 필요하다.
범용 제품보다는 초고강도 강판,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등 맞춤형 고기능성 소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민관 협동의 공급망 전략도 중요하다. 철광석, 스크랩 등 핵심 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정부는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기업은 AI를 활용한 생산 최적화로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질적 성장을 꾀한다는 것은 더는 저가 물량 공세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신호이다. 우리가 기술적 우위와 친환경 경쟁력을 한발 앞서 구축한다면, 오히려 재편되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절호의 기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