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연에서 인듐·안티모니까지…전략광물 공급망 책임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르포] 아연에서 인듐·안티모니까지…전략광물 공급망 책임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 비철금속
  • 승인 2026.03.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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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영은 기자 ye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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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연 통합 제련 기반 전략광물 회수…연간 100만 톤 금속 생산
니켈·리사이클링 사업 확대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 거점…44년 연속 영업흑자 기록

 

“아연·연·동 통합 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략광물을 회수하는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제련 모델이다. 전기차와 반도체 등 국가 핵심 산업에 필요한 전략금속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온산제련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승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의 말이다.

 

김승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이 인터뷰 하는 모습
김승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이 인터뷰 하는 모습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자리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비철금속 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총 43만 평에 달하는 부지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약 16~17배 규모에 달한다. 이 광대한 부지에는 7개의 공장과 자체 부두, 발전소, 물류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아연·연·동을 비롯해 금·은, 인듐·안티모니·비스무트 등의 전략광물을 연간 100만 톤 이상 생산한다.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아연과 연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통합 제련소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2029년 시운전을 목표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한 비철금속 13종과 반도체용 황산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온산제련소를 약 절반 규모로 압축한 형태로 구축되며 미국 정부와 민간 투자 유치 등을 포함해 약 11조 원이 투입된다.

  • ‘남김없이 회수’…통합 제련 시스템의 경쟁력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통합 제련 시스템을 구축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부분 제련소가 특정 금속 한 종류의 생산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온산제련소는 원료 광석과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다시 공정에 투입해 추가 금속을 회수하는 구조를 갖췄다.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에서는 인듐·안티모니·비스무트 등 전략금속이 추가로 추출된다. 원료에 포함된 금속 성분을 단계적으로 회수하는 이 같은 공정 덕분에 금속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기술이 잔재 처리 공법인 TSL 공정이다. 비철금속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나 잔재를 다시 용융해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금속 회수율을 높이면서도 남는 슬래그는 산업용 골재나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된다.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은 DRS 공법이다. 기존 연 제련이 산화와 환원 두 단계를 거치는 방식이었다면 DRS는 두 공정을 하나로 통합한 용융·환원 기술로,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오염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이 같은 공정 기술 덕분에 온산제련소는 원료 속 금속을 거의 남김없이 회수하는 고효율 제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련소의 중심에는 연간 약 60만 톤 규모의 아연 생산라인이 자리한다. 아연괴 28만5,000톤, 합금아연괴 23만5,000톤, DC아연괴 8만 톤이 생산된다. 합금아연에는 연간 3,500~3,700톤가량의 알루미늄이 투입된다. 아연 정광은 대부분 페루와 볼리비아 등 남미 광산에서 들어온다. 온산항으로 반입된 원료는 제련소 전용 하역시설을 거쳐 대형 창고에 저장된 뒤 공정으로 투입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정련 제2공장(자동 점보 주조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정련 제2공장(자동 점보 주조기)
  • 아연에서 인듐·안티모니까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은 또 다른 고부가가치 금속 산업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듐이다.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반도체 소재로 사용되는 인듐은 남미 아연 정광 부산물에서 추출된다. 온산제련소의 생산능력은 약 200톤이지만 현재 실제 생산량은 연간 약 100톤 수준이다. 생산된 물량의 약 90%는 미국·일본·유럽·대만 등으로 수출된다. 톤당 가격이 약 10억 원에 달하는 고가 금속이지만 재고는 2~3톤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수요만 해도 한 달 약 500kg 수준으로 꾸준하다.

또 다른 전략광물인 안티모니 역시 온산제련소의 주요 생산 품목이다. 순도 99.9%의 ‘쓰리나인’ 등급 안티모니를 하루 약 10톤, 연간 약 4,000톤 생산한다. 주로 방염제와 합금, 화학제품 등에 활용된다. 생산된 물량은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철강업체에도 공급된다. 최근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안티모니 사업에서 약 3,0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온산제련소는 연 생산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제3공장에서는 연간 43만 톤 이상의 연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재생연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제련소 내부에는 LNG 복합발전소가 구축돼 있어 전체 전력의 약 56~60%를 자체 생산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4,000억 원의 전력비를 절감하고 있다. 또한,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는 인근 기업에 판매돼 월 80억 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전략광물 인듐이 포장된 모습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전략광물 인듐이 포장된 모습
고려아연이 생산한 안티모니 제품이 적재된 모습
고려아연이 생산한 안티모니 제품이 적재된 모습
  • 니켈·재활용·재생에너지…온산제련소의 다음 성장 축

최근 온산제련소는 단순한 금속 생산기지를 넘어 핵심광물과 배터리 소재 공급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자회사 KEMCO는 연간 10만 톤 규모의 황산니켈을 생산하고 있으며 추가 증설도 진행 중이다. 또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도 마무리 단계다. 연간 4만5,000톤 규모로 설계된 이 공장은 다양한 니켈 원료를 하나의 공정에서 처리해 고품질 니켈을 생산하는 구조다. 특히 투입 원료를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조달하는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자원 경쟁 속에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다만 양극재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상업 가동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약 1년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제련소의 미래 전략은 친환경 에너지와 재활용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자제품과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금속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사용이 끝난 제품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리사이클링 사업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에서 PCB 보드를 재활용해 금·은·동을 회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현지 기업을 인수해 거점을 마련했다.

글로벌 사업 전략도 지역별로 나뉜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은 한국에서, 리사이클링 사업은 미국에서, 에너지 사업은 호주에서 각각 추진하는 구조다. 특히 호주에서는 제련소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목표를 204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련 산업이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꼽는 이유다.

온산항 고려아연 전용부두(제3부두)
온산항 고려아연 전용부두(제3부두)

온산제련소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불순물 제어 기술에 있다. 아연 제련 공정에서 철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저온·저압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될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을 통해 금속 회수율을 극대화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면서 글로벌 경쟁사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아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생산 전략도 조정되고 있다. 광석 가격 상승과 제련수수료 하락 등 시장 여건을 고려해 올해 아연 판매 가이던스는 약 60만 톤 수준으로 제시됐다. 원료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아연 재고는 평균 약 10만 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이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고려아연의 실적은 업계에서 독보적이다. 글로벌 비철금속 업계가 원료 가격 상승과 제련수수료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44년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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