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경고가 섬뜩하게 들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중동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석유공급이 13%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석유와 가스를 넘어 헬륨과 비료 등 관련 공급망에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초 IMF는 이번 전쟁이 없었을 경우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3%, 2027년은 3.2%로 소폭 상향 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붕괴한 공급망을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전 세계 석유와 가스의 5분의 1이 운송되는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마비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너지 비축량이 부족한 취약 국가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수출국인 카타르를 예로 들었다. 카타르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입은 피해로 천연가스 생산량의 약 17%를 복구하는 데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비록 오늘 전쟁이 멈추어도 전 세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오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도 지금 쓰레기봉투 품절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동전쟁 여파가 우리의 생활 속까지 파고든 것이다. 중동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플라스틱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급상승했다. 이에 종량제 봉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이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량이 줄고 있다. 대체재가 없는 생활필수품이라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종량제 봉투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는 현재 한 달 치 정도 남았다고 심각함을 전했다.
물론 지자체마다 봉투 재고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당장 한 달 뒤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자칫 쓰레기 대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에너지 대란은 쓰레기봉투 대란만 불러온 것이 아니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이 길이 막혀있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철강 수출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우회로를 개척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이러한 와중에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주도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반갑기 그지없다. 철강업계의 산업용 전기료 부담을 감면하기 위한 법안이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3년간 7차례 인상으로 약 76%가 급등해 산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전기로 제강사에 전기료는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의 에너지 대란이 전기료 인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철강업체들은 전기료 부담 감면법이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온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전기요금은 2022년 481억 원에서 2024년 656억 원으로 약 36% 증가했다. 매출 대비 전기요금 비중도 7.5%에서 10%를 넘어섰다. 철강업체는 비중이 더욱 높다. 여기에 탄소중립 대응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전기로 확대와 친환경 공정 전환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감면법을 발의한 김 의원의 말처럼 전기요금 문제는 개별 기업을 넘어 철강산업 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이 전기료 감면법에 대해 통상 시비와 특정 산업 혜택을 들어 부정적 시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고관세를 맞은 상황에서 눈치 볼 필요가 있나 싶다. 특정 산업에 대한 혜택 문제도 시비 사항이 아니다. 누누이 강조했지만, 철강은 모든 산업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철강산업이 망하면 국내 시장은 온통 중국산이 넘쳐날 것이다. 지금은 싼 맛에 수입하지만, 그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언제부터인가 동네 편의점 문에 ‘종량제 봉투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다. 에너지 대란을 눈으로 실감한다. 동네 철강판매점에 ‘철근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리지 않도록 전기료 감면법이 입법화되어야 기업이 살고 나라도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