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KG스틸과 쌍용차의 운명

황병성 칼럼 - KG스틸과 쌍용차의 운명

  • 철강
  • 승인 2022.05.23 06:05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G스틸은 일신제강으로 출발해 동부제철, KG 동부제철에서 지금의 회사명이 되기까지 세상 풍파를 많이 겪었다. 굴곡 많았던 회사는 KG그룹에 인수되면서 안착 중이다. 만년 적자기업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곽재선 회장의 탁월한 경영 수완 덕이다. 특히 선택과 집중의 경영은 쓰러져 가는 회사를 살린 호흡기 역할을 했다. 버려야 할 것은 버리는데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투자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만년 적자 기업 인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은 경영성적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순손실에서 순이익으로 돌아선  2020년 669억 원에서 지난해 1,971억 원을 거두며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10년 동안 배당까지 중단했던 회사의 놀라운 변화다. KG그룹에 편입되기 직전 2018년 64억 원에 불과했던 자기자본은 2021년 기준 1조1,502억 원까지 증가했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3만8,841%에서 140%까지 낮췄다. 재무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우량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좌초하던 선박은 유능한 선장을 만나 망망대해를 순조롭게 항해 중이다. 지금은 그룹의 동력이 되고 있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운도 따랐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컬러강판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집콕 문화 확산으로 가전용 수요 급증이 한몫했다. 컬러강판은 일반 철강재에 비해 가격이 두 배나 비싼 고부가 제품이다. 비싼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니 경영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그룹 수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넓은 안목이 활활 타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냈다. 특히 컬러강판 설비 투자와 연구소 설립은 묘수였다. 이에 컬러강판 생산능력 확대로 수요 급증 대응이 가능해졌고, 연구소는 신제품을 쏟아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회사는 컬러강판 고부가화에 명운을 걸었다. 2019년 2월 국내 최초로 불연재료 KS 기준을 충족하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NF(No Fire) 불연컬러강판’이라는 이름으로 연간 1천 톤 이상 판매 중이다. 항균도금강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수익성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평범한 제품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경영자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KG그룹이 수많은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상화 길을 걷게 한 비결이기도 하다. 사세가 놀랍도록 확산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전문 KG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KG스틸과 시너지 효과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다. 특히 쌍용차의 현재 모습이 3년 전 법정관리 상태였던 동부제철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부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KG의 매직이 쌍용차에도 통할 지는 미지수다. 다른 인수 후보자들에 비해 곳간 여력이 넉넉해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 여러 변수도 존재한다. KG스틸은 ‘퀀텀 점프’의 기회가 될 수 있음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KG스틸은 자동차 차체, 부품용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용차와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한 이력도 있다. 지금은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지 않지만 상용차를 인수할 경우 다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 협력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만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 상황은 ‘찰떡궁합’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공개 입찰의 큰 산을 넘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KG그룹 인수가 유력하다. 또다시 KG의 매직이 통할 지 그 결과가 기대된다. 

그룹 관계자는 “쌍용차를 조속히 정상화시켜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신뢰를 주는 것은 소명(召命)에 충실하고자 하는 기업의 자세이다.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제 발전은 새 정부의 과제이고 국민적 바람이기 때문이다. 부침을 겪는 쌍용차를 보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외국 자본에 휘둘리고, 2009년 법정관리에 돌입하며 대규모 정리해고와 극한의 노사갈등으로 인한 깊은 상흔(傷痕)이 아직 선명하다. 이 아픔을 치유하려면 좋은 주인을 만나는 수밖에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진리라면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는 것이 맞다. 그동안의 경험이 쌍용차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쌍용차 직원들도 KG그룹에 인수되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들린다. 만약 이 거래가 성사되면 제2 현대차 그룹이 탄생하는 것이다. 현대제철과 현대차처럼 KG스틸과 쌍용차의 관계가 성립된다. 이러한 관계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현대차 그룹이 이것을 입증했다. 이제 곽재선 회장의 통 큰 협상과 천운(天運)이 따라줄 일만 남았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