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계절적 비수기인 12월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H형강 시장은 성수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철스크랩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제강사들은 11월부터 제품 가격을 톤당 10만원 인하했다.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H형강 시장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부진은 제강사들의 판매실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제강사들의 10월 내수 판매량은 8만8,000톤에 그쳐 10년 만에 처음으로 9만톤 미만의 실적을 보였다. 9월 판매량인 11만9,000톤 대비 35.2%인 3만1,000톤이 감소한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그 동안 제강사들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던 수출마저 7만톤으로 9월 대비 약 5만톤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제철이 6만톤대를 기록해 평소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동국제강 역시 수출이 3,000톤에 그치는 등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판매 부진으로 제강사의 재고 역시 급증하고 있다. 양대 제강사 재고는 10월말 기준 27만2,800톤으로 30만톤에 육박하고 있다. 연초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제강사의 재고 증가로 유통업체들은 판매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제품 가격 인하로 수요처들의 구매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판매량은 가시적인 증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급증한 재고로 인해 유통 시장에서는 추가 인하 기대감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절대 수요가 감소한 탓도 있으나 수요처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강구조물업체와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로 인해 안심하고 판매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체 관계자는 “물량이 줄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거래되는 양은 여전히 있다”면서도, “다만 안심하고 팔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게 결정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심홍수기자/shs@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