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자금 유동성 진정 고비 넘었나?

동부제철, 자금 유동성 진정 고비 넘었나?

  • 철강
  • 승인 2009.05.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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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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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사업 올 3,850억 필요, 1,141억 추가 조달 과제 
장기차입 상환·단기차입 급증·금리 급등도 큰 부담
신규사업 사업성도 회의적…위기돌파 여부에 관심

   
  동부제철이 지난 7일 일반 회사채가 아닌 주식연계사채인 금리 6%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5월 21일, 22일 모두 500억원어치 발행키로 하면서 동부제철의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들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동부제철이 이날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내용 역시 이러한 불확실성과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아 불안감을 커지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일부에서는 단기유동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고 향후 신규사업인 전기로/열연강판의 사업성이 동부제철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사업의 사업성 역시 밝지 않고 심지어 기존 사업인 냉연판재류에서도 경쟁이 격화될 것이 확실해 동부제철의 위기돌파 능력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비 급증, 올해 추가자금 규모도 엄청나>


  동부제철이 7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기로 및 열연강판 생산설비 투자에 당초 예상보다 무려 2,440억원이 늘어난 총 8,460억원이 필요해 올해만 3,850억원의 추가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무려 4,640억원에 달하는 장기차입금 상환도 예정돼 있어 향후 재무적 악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적시했다. 

  동부제철은 7일 35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2008년 하반기 이후 영업손실이 누적돼 2009년 1분기말 현재 유동비율 42.32%, 부채비율 195.73%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9년에 전반적인 철강업계의 경영상황 회복 가능성이 낮아 지속적인 영업손실 가능성이 커 자본 감소 등 재무적 안정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동부제철은 이번 전기로 및 열연 설비 투자와 관련, 당초 산업은행으로부터 5,000억원의 장기시설 차입(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이 확정돼 3월말까지 2,291억원을 차입했고 추가로 2,709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동부제철이 밝힌 올해 추가 투자비 3,850억원 중 2,709억원을 뺀 1,141억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족분 1,141억 정상적 확보 불가능, 차입은 순조로울까>

  동부 측은 1,141억원의 경우 영업활동이나 추가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것이며 이 금액은 2008년말 원자재 가격과 환율을 근거로 추산된 것이므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하락할 경우 투자금액은 다소 감소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경기 불황으로 철강사업으로는 현금창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자체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부족자금을 외부차입, 보유자산 매각, 계열사로부터의 자금 지원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동부제철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우선 이달 21~22일 500억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신용평가기관들이 동부제철의 미래전망을 '부정적'으로 전환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아 일반 사채가 아닌 신주인수권부사채(BW) 형태로, 표면금리 6.0%로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동부제철 측은 부담이 큰 설비투자 대금을 순차적으로 마련했으며 일부 긴급결제 대금은 연기를 요청해 설비공급업체가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하면서 단기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부에서는 동부제철의 문제는 단기 유동성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전기로/열연공장 가동 후 과연 이익 실현 및 현금 창출 등 신규사업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부제철의 단기 유동성 극복 자체가 쉽지 않은 난관이 될 수도 있으며 어느 한 군데에서라도 예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차입 규모가 워낙 커 봇물처럼 문제가 터져나와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즉, 당분간 철강업계의 영업상황이 현금창출이 가능한 EBITDA 이상의 이익창출이 쉽지 않아 동부제철의 경우 외부차입, 보유자산 매각, 계열사 차입 등에 의존해야 하나 사옥매각 완료 등으로 추가 자산매각이 여의치 않고 계열사 차입 역시 쉽지 않아 외부 차입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기부채 급증 금리 13%도, 설비자금 결제 연기는 당연>
 

  동부제철의 총부채가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07년말 1조6,904억원에서 2008년말에는 2조4,819억원, 올 1분기말에는 2조6,242억원까지 급증하면서 부채비율 역시 2007년말 174.78%에서 195.73%까지 커졌고, 유동비율은 64.60%에서 42.32%까지 낮아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유동성 부족의 심각성은 단기차입금 급증과 차입금 금리 급등에서 극단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동부제철의 단기차입금은 2008년 1년간 2,496억원을 단기차입했으나 올해들어서는 1분기에만 2,002억원을 차입했다. 특히 자금차입처가 2008년에는 은행권에 한정돼 금리가 낮았으나 올해는 제2금융권까지 확대되면서 일부 상호저축은행들로부터는 무려 연리 13%에 300억원을 차입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다니엘리 등 설비공급업체들의 자금 결제연기는 기왕에 설비를 납품한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대금결제일 연기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며, 포스코 등에 남아 있는 지난해 원자재(열연강판) 구매대금 1,420여억원 역시 유예돼 있으나 포스코 역시 이를 계속 바라만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설비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위해서는 동부제철에 이상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을(乙)의 입장으로 바뀐 설비공급사로서는 설비대금 결제 유예는 선택이 될 수 없고 당연히 연기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 역시 철강업계의 맏형으로서, 또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동부제철에 대금 회수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신규사업 사업성 '회의적', 포스코의 앙금도 치명타 우려>

  업계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전기로/열연 신규사업의 사업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료 확보나 경제성, 제품 품질 및 품종 다양화(고급강 생산)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고급 철스크랩이나 직접환원철(HBI) 확보 어려움이나 상대적 고가(高價)에 따른 국내외 경쟁사 대비 상당히 높은 생산원가, 전세계적인 열연강판 생산능력 과잉 특히 한중일 3국 철강시장에서의 공급과잉 확실 등으로 판매가격의 자유도(自由度) 저하, 초기 품질 확보 및 생산 품종 다양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기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열연강판 생산업체들과의 시장경쟁 불가피와 견제 등을 고려할 때 성공 가능성은 결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기존 제품인 냉연판재류 시장에서도 더욱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포스코의 시장확대 등 경쟁심화는 동부제철로서 더욱 넘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쟁관계인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제철의 C열연 가동 임박 등 더욱 안정된 원자재 공급이 가능하게 됐고 수요 확보 또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유니온스틸 역시 포스코와의 우호적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동부제철은 사면초가의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동부제철 및 동부그룹이 그동안 앞장서서 포스코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발언과 불만을 제기해 왔다고 인식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이 문제가 열연강판은 물론 냉연판재류 시장에서 동부제철이 현실을 극복하는데 가장 어려운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단기, 중장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부제철이 과연 어떤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돌파하고 안정된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인지 철강업계는 물론 국가적 관심을 끌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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